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은 여행이다. 2017년에는 71.5%, 2019년 70%, 2021년엔 67.7%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 했다. 실제로 여행을 떠난 사람은 11.6%, 10.2%. 6.6%에 불과하다. 양자 간 격차, 즉 여행을 가고 싶지만 여행을 떠나지 못한 사람은 59.9%, 59.8%, 61.1%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유가 뭘까? TV 때문이다. 같은 기간 TV를 시청한 사람은 75.2%, 74.4%, 85.9%로, TV 시청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여가 활동이다. 실제 TV가 보고 싶어서 본 사람은 15.8%, 17.9%, 28.2%밖에 되지 않는다. 양자 간 격차, 그러니까 TV를 보고 싶지 않은데도 TV를 본 사람이 59.4%, 56.5%, 57.7%에 달한다. 과연 TV를 끌 수 있을까?
2004년 11월부터 12월 사이에 EBS 교육방송에서 모두 124가구를 대상으로 20일 동안 TV 끄기 실험을 했다. TV를 치웠다. 집안이 조용해진다. 일찍 자고 상쾌하게 일어난다. 청소를 한다. 음악감상·라디오청취·독서·운동 등 여가 활동이 다양해진다. 가족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고, 자녀를 더 잘 이해하고, 서로 더 잘 공감한다. 20일이 지난 뒤 TV를 다시 거실에 설치했다. 아이들이 보지 말아야 할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너무 많고, TV 보느라 정작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으며, TV의 노예로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TV를 보는 사람들은 평일 2시간31분, 토요일 3시간16분, 일요일 3시간33분 시청한다. 볼 필요 없는 프로그램은 보지 않고, 보지 않을 때는 TV를 꺼서 각각 20%씩 시청시간을 40% 줄이면 자유시간은 평일 1시간, 토요일 1시간18분, 일요일 1시간25분씩 늘어난다. 한 주에 8시간 가까운 시간을 버는 셈이다. 아예 TV를 끄면 매주 17시간20분을 얻는다. 근로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주당 이틀이 더 늘어난 9일을 사는 격이다. 나는 2005년 TV를 치웠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