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작부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호영 비대위’는 출범 이틀 만에 김성원 의원의 ‘막말 논란’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준석 전 대표도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주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하루 전인 오는 16일까지 비대위원 인선을 끝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주 위원장이 비대위 초반에 터진 악재를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저의 경솔한 말로 인해 수해로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지난 11일 당 수해복구 봉사활동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김 의원은 “당이 저에게 내리는 그 어떤 처분도 달게 받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맡고 있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직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정말 참담하고 국민과 당원들에게 낯을 들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이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라는 주 위원장의 해명이 논란을 키우자 하루 만에 강경한 태도로 선회한 것이다.
그는 “당 윤리위원회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김 의원에 대한 징계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위원장은 오후에도 “가까운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윤리위에 회부하는 결정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내부에선 김 의원이 탈당하거나 아예 의원직까지 내려놔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된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윤리위를 소집해 김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김 의원 스스로 의원직에서 물러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이런 당내 요구에 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하면서 더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행보도 변수다. 지난 10일 가처분 신청을 완료한 이 전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전에 돌입한다. 오는 17일엔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도 예정돼 있다. 주 위원장은 “만났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했는데 (이 전 대표와) 접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도 비대위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바세는 이날 2502명의 책임당원과 함께 가처분 사건을 맡은 서울 남부지법에 비대위 출범을 규탄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편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25%로 나타났다. 취임 후 최저치(24%)를 기록한 지난주보다 1% 포인트 오른 수치로, 두 달간 이어졌던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일단 멈춘 것이다. 부정평가는 66%였다. 응답률은 12.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첫 공식 기자회견을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견이 지지율 회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