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1일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부 체제를 전환한 이후 첫 공개일정으로 수해지역 피해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집안싸움 이미지를 벗고 ‘민생 비대위’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보좌진·당직자 등 350여명은 서울 동작구 수해지역을 방문해 오전 9시30분부터 7시간 동안 피해복구 활동에 손을 보탰다.
주 위원장은 “수재민들과 국민께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정말 흉내만 내지 말고 내 집이 수해를 본 것처럼 최선을 다해 일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당부했다.
주 위원장과 의원들은 장화와 장갑 등을 착용하고 침수피해를 본 한 지하상가에 직접 들어가 복구 작업을 벌였다. 남성 의원 20여명은 계단에 일렬로 서서 식료품과 가재도구들을 밖으로 옮겼다. 여성 의원들은 흙탕물에 범벅이 된 물건들을 대야에서 씻어내는 작업에 투입됐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 차기 당권 주자도 봉사활동에 동참했다. 김기현 의원은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했다.
안 의원은 “일상적으로 (재난이)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재난) 대응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국회가 할 일이고, 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봉사활동이 진행된 지역은 나 전 의원의 지역구에 속해 있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함께 해줘서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권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당정협의회에서) 말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부분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성원 의원은 봉사활동 중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실언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 남은 시간 진심을 다해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주 위원장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을 엄중 경고했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주 위원장은 이번 주말 마무리를 목표로 비대위 인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계파색이 옅고 전문성·다양성을 가진 인사들로 비대위가 꾸려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 안팎에서는 주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에선 주 위원장이 이 대표를 만나 가처분 신청 취하 등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주 위원장을 만날 의향은 없느냐’는 국민일보의 질문에 “저는 지금 지방 체류 중입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 지지모임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 대표인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책임당원 1558명을 대리해 서울남부지법에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강보현 구승은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