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발달장애 일가족 참변을 계기로 지하·반지하 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에 나선다. 현 거주자들에겐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주거를 상향하는 한편 기존 주택은 지역 공동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를 위한 안전대책’을 10일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가구의 5% 수준인 약 20만호가 지하·반지하 주택이다. 시는 우선 기존 지하·반지하 주택 거주민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하거나 주거 바우처를 제공키로 했다.
지하·반지하 주택 거주민에 대한 전수조사도 착수한다. 우선 8월 중 주택의 3분의 2 이상이 지하에 묻혀있는 반지하 주택 1만7000호를 대상으로 현황을 파악한다. 전체 20만호도 전수조사를 통해 위험 단계를 1~3단계로 구분해 관리키로 했다.
지하·반지하 공간의 ‘주거 목적 용도’를 금지하기 위한 정부 협의도 시작한다.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상습 침수구역 내 지하층의 건축을 불허할 수 있게 됐으나 그 이후에도 4만호 이상이 건설된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시는 침수 우려구역 여부를 불문하고 지하층은 아예 사람이 살 수 없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경기도도 이날 도내 반지하 주택 8만7914세대에 대한 실태조사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침수지역 6곳에 대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대용량의 물을 모아 흘려보낼 수 있는 방재용 지하터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상습침수지역 6곳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 전역의 도시 치수 관리 목표도 대폭 상향한다. 시는 시간당 강수 처리용량을 현재 30년 빈도(시간당 95㎜) 기준에서 최소 50년 빈도(시간당 100㎜)로 늘리고, 특히 항아리 지형인 강남 지역의 경우 100년 빈도(시간당 110㎜)를 감당할 수 있도록 목표를 상향시킬 방침이다.
시는 먼저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광화문 지역에 빗물 터널을 2027년까지 설치하고 사당역과 강동구, 용산구 일대에는 2030년까지 설치할 방침이다.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건립 등에도 총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시설물 피해 복구 등을 위해 각 자치구에 특별교부금 300억원도 긴급 지원한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