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사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관련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그간 예고했던 법적 대응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전면전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이 대표에게 ‘양날의 칼’이다. 법원이 이를 인용한다면, 비대위 출범으로 상실한 당대표 권한을 내년 1월 징계 종료와 동시에 되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기각될 경우 이 대표가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 당 외곽에서의 여론전 외에는 확실한 무기가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이날 비대위 출범과 관련해 국민의힘과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이 대표는 신청 접수 직후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 전자로 접수했습니다”라고 짧게 적었다. 법원은 오는 17일 오후 3시를 심문기일로 잡았다.
이와 함께, 이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 역시 이르면 11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 대표 측은 가처분 신청의 구체적 범위와 대상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의 첫 단추가 됐던 지난 2일 최고위원회 의결에 사퇴의사를 밝혔던 배현진 전 최고위원이 참석한 점 등을 들어 절차상 흠결이 있다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9일 주 위원장 임명으로 시동을 건 비대위에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비대위 활동은 향후 본안에 대한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일단 ‘올스톱’될 가능성이 크다. 지도부 공백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서 국민의힘은 대혼란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당원권정지 6개월 징계가 끝나는 내년 1월 9일 당대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다만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 등에 대해 진행 중인 경찰 수사결과는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가처분신청 인용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법조인 출신의 국민의힘 한 의원은 “지금까지 법원은 정당의 정치적 판단과 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왔다”며 “가처분 신청은 기각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이 경우 이 대표가 입을 타격은 만만치 않다. 당내 중진급 인사들의 만류에도 법적 대응을 감행해 당 내홍만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한 중진의원은 “이 대표는 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지금이라도 법적 대응에서 한발 물러나 비대위 지도부와 대화로 문제를 풀고, 향후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와 만남을 위해 연락을 취하고 있는지’를 묻는 말에 “다각도로 접촉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주 위원장 측의 제안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소송을 중단하라는 얘기만 듣게 될 텐데, 이 대표가 만남에 응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구승은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