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장세 둔화에도 고용률은 높아지는 ‘성장 없는 고용’이 이어지고 있다. 취업자 수는 17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고용의 질은 낮아졌다. 신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을 60대 이상 고령층이 차지했다. ‘경제 허리’로 불리는 40대 취업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은 10일 지난달 신규 취업자가 284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2만6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고용률도 지난해 7월 대비 1.6% 포인트 상승한 62.9%로 조사됐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17만6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3만명), 정보통신업(9만5000명)의 취업자가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계장비 제조업, 식료품 제조업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표상으로 고용시장에 훈풍이 부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경제를 지탱하는 주 연령대로 꼽히는 40대 취업자 수가 줄어든 데다 신규 일자리의 23.9%는 정부 재정지원이 들어간 일자리다.
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00명 감소했다. 20대 9만5000명, 30대 6만2000명, 50대 19만4000명, 60세 이상 47만9000명 등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유일하게 40대에서 감소세가 관찰됐다. 특히 금융 및 보험업, 건설업에서 40대 취업자 수 감소가 두드러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40대 인구 자체가 감소해 신규 취업자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40대 고용률은 0.7% 포인트 상승했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20대(2.9% 포인트), 30대(2.2% 포인트) 등 신규로 취업 시장에 진입하는 연령대의 고용률은 전체 고용률(1.6% 포인트)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50대(1.8% 포인트), 60세 이상(1.8% 포인트) 등의 고용률도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하반기 고용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 치솟는 물가에 위축된 가계·기업 심리가 부정적 요인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 직접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 지원으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많아 국민들이 고용시장 개선을 체감하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 고용시장이 개선될 징후가 관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