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께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향후 이런 기상이변이 빈발할 것으로 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집중호우 상황 관련 회의를 연달아 주재하고, 수해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윤 대통령이 재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민생 행보를 통해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의 안전에 대해서 국가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예상보다 더 최악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이어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회의’도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에 준비했다가 시 행정권이 바뀌면서 추진하지 못했던 배수조와 물을 잡아주는 지하터널 등도 광범위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 등에서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대심도 빗물터널’ 건설 사업이 백지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오 시장이 추진했던 침수 방지 사업들의 재검토 뜻을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는 집중호우로 옹벽이 무너져 주민들이 대피한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 현장을 방문했다. 9일에는 침수 피해로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의 현장 행보는 지난 8일 밤 전화로 폭우 상황 대응 지시를 내린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컨트롤타워’가 아닌 ‘폰트롤타워’라는 표현까지 들고 나왔다.
국민의힘도 국회에서 수해대책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민생 행보 보조에 주력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수해 피해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 선포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비비 지출, 금융지원, 세금 감면 등 실질적인 피해 지원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90% 이상이었던 서울시의회에서 수방 예산을 248억원 삭감했다”며 “근시안적 행정 지평으로 서울시민이 피해를 떠안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