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6년 9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구동존이’(求同存異·공통점은 추구하고 다른 점은 그대로 둔다)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THAAD) 배치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구동존이를 넘어 ‘구동화이’(求同化異·공통점은 추구하고 다른 점은 변화시킨다)를 지향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양국의 긴장 관계를 해소해나가자는 뜻이었다.
구동존이는 1955년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이후 중국 외교에 자주 등장했다. 구동화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만들어낸 조어다. 조금 거칠게 말하면 구동존이는 다른 점을 인정하는 자세고, 구동화이는 이견을 좁혀 나가자는 적극적인 자세다. 시 주석은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했다. 시 주석은 “양측은 구동화이를 추구하며 이견을 원만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여러 이견을 풀어나가자는 뜻이었다. 중국은 구동화이라는 말 대신 ‘취동화이’(聚同化異·공통점은 취하고 차이점은 바꾼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구동화이와 비슷한 뜻이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대만과의 관계를 구동존이에서 취동화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언급을 자주 하고 있다.
구동존이는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뜻이 통한다. 논어에 등장하는 화이부동은 ‘화합은 하되, 같아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왕 부장이 ‘독립자주 견지’를 말하자, 박 장관은 “화이부동의 정신”을 말했다. 중국이 ‘미국에 경도되지 말라’고 말하자, 박 장관은 ‘중국과 같을 수는 없지만, 사이좋게 지내자’고 답한 셈이다. 구동존이와 화이부동, 취동화이와 구동화이는 모두 같음과 다름을 대하는 태도다. 미·중 갈등으로 한·중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구동화이와 화이부동의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의 핵심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