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 운영은 대형교회만 할 수 있는 사역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작은 교회도 얼마든지 이 일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관악구 무지개언약교회에서 만난 최효석(63)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재진을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사로 안내했다. 학사는 교회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단층 건물 2채였다. 이들 주택엔 각각 여대생 4명, 2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교회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이 건물들이 학사임을 드러내는 간판도 붙이지 않은 상태였다.
무지개언약교회는 출석 성도가 60명 정도인 작은 교회다. 최 목사는 교회에 출석하는 지방 출신 학생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경제적 형편 탓에 학생 대다수는 이사를 자주 다녔고, 때로는 창문도 없는 곳에서 생활하곤 했다. 그는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선물하고 싶었으나 문제는 재정이었다. 고민 끝에 나온 해법은 시유지(市有地) 주택. 토지는 서울시가, 건물은 개인이 소유권을 갖는 이들 주택은 일반 건물의 4분의 1 가격이면 매입할 수 있었다.
무지개언약교회는 2018년 52.8㎡(약 16평) 면적의 시유지 주택을 구입해 이듬해 여대생 4명에게 무료로 주거 공간을 제공했다. 올 초부터는 이 교회의 활동을 알게 된 진흥장학회가 학사 사역에 가담하면서 26.4㎡(약 8평) 크기의 옆 주택도 학사로 변신할 수 있었다.
학사에 입소할 학생은 최 목사가 네이버 밴드에 개설한 ‘나눔책방’을 통해 모집했다. 나눔책방은 감리교회 목회자 3000여명이 가입된 일종의 북클럽이다. 최 목사는 이 플랫폼을 활용해 학사를 홍보했다. 현재 학사에 입소한 여대생 6명 가운데 3명은 목회자 자녀이며, 나머지 3명은 평신도 자녀들이다.
최 목사는 “교회에서 학사를 운영한다는 얘길 듣고 무지개언약교회를 찾았다가 생각보다 교회 규모가 작아서 불안해하는 부모도 있었다”며 “하지만 학사를 운영하게 된 경위 등을 들은 뒤 다들 안심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학사 운영은 수도권의 교회가 시골 교회를 섬기는 귀중한 사역 중 하나일 겁니다. 시유지 주택은 재산 가치가 많이 떨어지는 건물이어서 매입하더라도 세금 부담이 거의 없어요. 아이들에게 주거비를 아낀 만큼 아르바이트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공부하라고 말하곤 해요.”
최 목사는 학사에 머무는 여대생들이 지역의 소외계층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당장 추진하기 힘들지만, 언젠가 이 일이 현실화되면 학사가 지방의 청년을 섬기면서, 지역의 아이들까지 보듬는 거점이 될 수도 있을 듯했다. 최 목사는 “학사에 있는 아이들이 서로 자매처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분이 좋다. 이들이 서로 평생의 동지가 됐으면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