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쏟아진 물 폭탄은 두 개의 공기덩어리가 강한 힘으로 부딪치면서 비구름이 형성된 것이 원인이 됐다. 한반도 남북의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면서 비구름이 동서로 가늘고 길게 형성돼 서울 남북의 강수량 편차가 컸다.
기상청은 9일 브리핑에서 “티베트고기압이 끌어내린 북쪽의 한랭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고기압이 주입하는 남쪽의 온난습윤한 공기가 강하게 충돌하며 정체전선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한반도 북동쪽에 자리한 저지고기압이 북서쪽에서 밀려오는 찬 공기를 동쪽으로 내보내지 않고 가두는 ‘블로킹’ 효과로 비구름의 정체가 길어지면서 전날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뿌렸다는 설명이다.
특히 남북 방향으로 공기 충돌 강도가 매우 강해 정체전선에 동반된 비구름대는 동서로 길이가 긴 대신 남북으로 폭이 좁은 모양으로 형성됐다. 이 비구름대는 비가 가장 세차게 내렸던 8일 오후 8시 남북 폭이 12.8㎞에 불과했다. 서울시 남북 폭(30.3㎞)의 절반도 안된다.
이 때문에 서울 안에서도 북쪽과 남쪽의 강수 편차가 컸다. 실제로 기상청 지역별 상세관측자료(AWS)를 보면 8일 일 강수량은 서초구와 강남구가 각각 354.5㎜, 326.5㎜였지만 서울 북부인 은평구와 성북구는 각각 87.5㎜, 100.0㎜였다. 8일 서울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곳은 동작구 신대방동에 위치한 기상청 관측소로 381.5㎜의 비가 쏟아졌다. 이전까지 서울 일 강수량 최고치(354.7㎜·1920년 8월 2일)를 경신한 것이다.
이곳의 시간당 강수량도 141.5㎜로 기상 관측 이후 80년 만에 서울의 시간당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16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2011년 7월 27일 우면산 산사태 당시 시간당 최대 강수량(113.0㎜)보다도 많은 양이었다.
이번 비는 중부지방에 10일 오전까지 이어지다가 오후부터는 충청권과 전북권을 중심으로 강한 비를 뿌릴 전망이다. 11일 낮부터는 수도권에 다시 많은 양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9~11일 수도권과 강원, 전북북부 등에 100~300㎜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충청권은 최대 350㎜가 넘는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됐다. 강원북부내륙과 산지, 강원동해안, 전북남부, 경북북부 등에는 50~150㎜의 비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북남부에는 10~11일 30~80㎜의 비가 내릴 전망이다.
특히 이번 비는 밤에 강해지는 바람인 ‘하층제트’의 영향으로 ‘야행성 폭우’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12일부터는 정체전선이 남하해 남부지방에 강수가 집중되고, 중부지방은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