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은 5선의 주호영 의원이 맡게 됐다. 21대 총선 참패 이후 들어선 ‘김종인 비대위’ 이후 1년2개월 만에 다시 비상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비대위 출범과 함께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됐다.
윤석열정부 출범 92일 만에 닻을 올리게 된 ‘주호영 비대위’는 정권 초반 때이른 ‘구원투수’로서 당의 내분을 수습하고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다만 비대위의 활동 기간과 성격을 놓고 당내 이견이 여전한 상황이다. 비대위 출범을 반대해 온 이 대표 측이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예고하면서 내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 위원장은 국회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와 우리 당을 향한 국민들의 질책이 너무나 따갑다”며 “당의 내분까지 생겨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사과했다. 이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사이 갈등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비대위의 첫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 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정상적인 지도체계를 구축해 당의 리더십을 조기에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비대위는 혁신과 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전당대회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혁신형 관리 비대위’로 명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 활동 기간을 놓고 “비대위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바로 전당대회를 시작해 조속히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있고, 집권 이후 첫 정기국회 과정 중에 전당대회를 여는 게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 의견을 종합해 중지를 모으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과 의원들, 당원의 뜻을 모아 향후 일정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외부 인사 2~3명을 포함한 9명으로 비대위를 구성할 방침이다. 당연직 비대위원 3명(위원장·원내대표·정책위의장)을 제외한 6명을 비대위원으로 뽑겠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 비대위원 인선을 마칠 계획이다.
비대위원 가운데 친윤(친윤석열)계가 얼마나 포함되느냐에 따라 당이 또다시 시끄러워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주 위원장은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데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비대위 참여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속전속결로 비대위 출범 절차를 완료했다. 오전 9시 전국위원회에선 당대표 직무대행(권성동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임명을 허용하는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 위원장은 전국위 회의 직후 권 원내대표로부터 비대위원장직을 제안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어진 의원총회에서 참여 의원 73명은 만장일치로 주 위원장 임명안을 추인했다. 곧바로 열린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 임명안이 최종 가결됐다. 하루 만에 비대위 출범을 위한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마무리된 것이다.
주호영 비대위는 윤석열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하며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찾고, 이 대표의 가처분신청으로 빚어질 당의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도 구상해야 한다. 한 중진의원은 “비대위가 잡음 없이 운영돼야 일하는 집권 여당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