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 중이지만 좀처럼 ‘흥행’이 되지 않고 있다.
순회경선 시작부터 이재명 후보가 70% 이상의 득표율로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일방적인 승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최악의 무관심 전당대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상대로 뻔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어 전당대회 관련 뉴스조차 안 본다”며 “친문(친문재인)계뿐 아니라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도 상당히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도 “워낙 후보 간 체급 차이가 커서 좀처럼 흥미가 안 생기는 싸움”이라며 “결과가 정해져 있다 보니 지역에서 지역구 관리를 하거나 차라리 의원 외교 차 출국을 준비하는 의원이 제법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원들의 관심 역시 뜨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후보와 당권을 놓고 경쟁 중인 박용진 후보는 이날 부산MBC 합동토론회에서 “‘이재명 대세론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면서 아예 투표를 안 하시는 분도 계신다”며 권리당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흥행 부진의 원인으로는 ‘절대 강자’인 이 후보를 상대로 경쟁주자들이 인물론이나 구도, 바람 중 어느 한 측면에서도 각을 세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주류였던 친문 진영을 대표하는 홍영표 전해철 의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해 체급 차이를 키운 것이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
후발주자인 강훈식 후보와 박 후보 간 초반 단일화 논의가 무산되면서 이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것도 긴장감을 떨어트렸다는 평가도 있다.
또 이 후보가 경쟁자들의 공세에 직접 대응하지 않으면서 난타전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승부의 박진감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내홍이 워낙 심각해 국민적 관심을 뺏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여권 내 갈등이 훨씬 더 심각하고 다이내믹하니까 민주당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후보는 MBC 토론회에서 낮은 경선 투표율과 관련해 “6·1 지방선거 때 참여했던 당원이 일부 참여를 안 한 것도 있을 것이고, 근본적으로 당원에 대한 지위나 역할을 충분히 인정하지 못한 데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조용한 전당대회’가 꼭 나쁜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한 친명 의원은 “전당대회 흥행을 통한 컨벤션 효과는 신기루에 불과하므로 흥행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다른 의원도 “흥행보다는 후보가 ‘스크래치’ 없이 당대표에 오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후보는 CBS라디오 토론회에서 “당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반드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주환 안규영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