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기록적인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 일가가 지난 8일 밤 집 안으로 들이닥친 물길에 참변을 당하는 등 피해자 상당수는 이번에도 ‘주거 약자’였다. 전국에 40만 가구 가까이 되는 반지하 주택은 폭우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이번처럼 침수 피해 등에 대한 안전을 담보할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2020년 국회입법조사처의 ‘반지하 주거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반지하 주택에 37만9605가구가 거주 중이다. 이 중 서울 22만2706가구 등 수도권에만 36만4483가구(96.1%)가 밀집해 있다.
반지하 주택 가구 중 기초생활수급가구가 29.4%였고, 장애인 가구와 소득하위 가구가 각각 15.5%를 차지했다. 청년 가구(12.3%)와 고령자·노인·7년 이하 신혼부부 가구도 각각 9.1%였다. 월세 가구는 58.9%였다.
최근에는 반지하 주택이 새로 크게 늘지는 않지만, 기존 반지하 주택에 대해선 별도 규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이번 폭우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는 반지하 주택 거주자 등 주거 약자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 이들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 대책과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반지하 주택 주민이 적정한 주거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이나 전세임대주택 확대 등이 우선 대책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매입임대주택은 물량이 적고 장시간이 소요된다. 이번 폭우 피해자와 같은 장애인 가구를 위해 활동지원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인지원주택 확대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는 현재 강동·서대문·송파구에 모두 43호를 공급하고 2025년까지 운영키로 한 상태다.
주거 품질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임대주택에 대한 품질 규제가 없다. 쪽방도 임대인이 ‘월세 50만원을 받겠다’고 하면 받는 구조”라며 “장기적으로 주거 품질을 규제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거주민에 대한 안전 대책을 보완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반지하 주택은 원칙적으로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다만 예전부터 거주하는 분들은 추가로 확인이 필요해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