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킨 배경에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하겠다는 의도가 자리한다. 자동차 생태계 대전환에 대비해 전기차 역량 강화에 집중하던 완성차 업체들은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2009년부터 전기차를 구입하면 최대 7500달러(약 979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여기에 2가지 단서를 달았다. 첫 번째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혜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안에 GV70 전동화 모델을, 2024년에 EV9을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인기를 끄는 아이오닉5와 EV6는 전부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현지 생산을 늘리면 한국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은 2025년은 돼야 완공되기 때문에 당분간 세제혜택 없이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9일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업체보다 불리해 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기아도 미국 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리튬·니켈·코발트 등)와 주요 부품(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을 일정 비율 이상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비친 것이다. GM, 폭스바겐, 도요타 등의 자동차업계를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대표는 “이 기준대로 하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72종 중 70%는 혜택을 못 받게 된다. 자동차 업계가 미국 중서부·동남부 쪽에서 광물을 조달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기존에 세제혜택 지원을 한 회사에 20만대로 제한했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는 이 기준을 폐지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 GM 등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전기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