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 일부 축소… 재생에너지는 늘려야”

입력 2022-08-10 04:05

윤석열정부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언하며 원자력발전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내세웠지만 재생에너지를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사회의 흐름이다. 일례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의 경우 앞으로 무역에서 의무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는 무역장벽이 생길 수 있다. 수출 중심인 한국으로서는 생존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방향을 간단하게 언급했다. ‘태양광, 풍력(해상) 등 에너지원별 적정 비중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연말 발표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겠지만 업계에선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을 축소하기에는 현재까지 구축된 재생에너지 시설의 규모와 역할이 적지 않다.

9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은 2만3014㎿다. 전체 원전 발전 설비용량(2만3250㎿)과 비슷한 규모다. 거래량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 1~6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거래액은 월평균 4493억원이다. 수치로 잡히지 않는 자체 생산 및 소규모 설비까지 더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화력발전은 어느 정도 비중을 줄이겠지만 재생에너지는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을 감안할 때 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다. 국내 모든 기업이 국제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RE100을 이행하려면 현재 재생에너지 설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부과하려는 ‘탄소 국경세’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탄소 배출 감축량을 더 늘릴 수 있어서다.

다만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가 줄 수 있는 점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원전을 강조하더라도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속도가 국제 기준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