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이달 안에 5G 중간요금제를 내놓는다. ‘10GB 이하’ ‘110GB 이상’으로 이원화한 5G 요금제의 구성을 개선해 ‘국민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간요금제가 나오기 전부터 이동통신 업계 안팎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제기된다. 소비자들이 기대했던 데이터 사용량의 ‘중간 수준’과 괴리가 커서다. ‘가성비’ 측면에서도 중간요금제를 선택할 유인이 적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30GB 규모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를 검토 중이다. SK텔레콤보다 공격적인 5G 중간요금제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SK텔레콤은 월 5만9000원에 기본 데이터 24GB를 주는 중간요금제를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출시했다.
KT는 ‘6만2000원·30GB’의 요금제 출시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월 5만5000원(10GB) 요금제와 6만9000원(110GB) 요금제의 중간 가격대다. LG유플러스는 30GB대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상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KT보다 데이터를 많이 주되 가격대를 다양화하는 방식을 적용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월 5만5000원(12GB)과 7만5000원(150GB) 상품을 판매 중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데이터 제공량이 애매하다’고 평가한다. 10GB와 110GB 사이의 중간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이 20~30GB인 것은 중간요금제를 선택할 매력적 구간은 아니라고 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5G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6.8GB다. 30GB대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라면 평균 수준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적당한 가격대일 수 있다. 다만, 이용 패턴에 따라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30GB 수준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있어 여유 있는 데이터 제공량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는 중간요금제 혜택을 볼 대상으로 꼽힌다. 전체 5G 가입자의 약 45%인 1100여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지난 6월에 쓴 데이터는 평균 41GB다. 하지만 이들이 중간요금제를 선택하기에도 중간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은 한참 부족하다.
중간요금제가 기존 110GB 요금제보다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점도 부정적 반응을 유발한다. SK텔레콤의 중간요금제를 기준으로 GB당 요금을 따져보면 6만9000원짜리 요금제는 GB당 약 627원 수준이다. 이와 달리 중간요금제인 5만9000원 요금제의 경우 GB당 약 2458원이다. 다른 이동통신사의 중간요금제 역시 GB당 요금이 110GB 요금제의 3~4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월간 데이터 제공량이 적은 만큼 소비자가 사용할 비율이 낮을 수 있고 도입 효과 역시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소비자들의 5G 구역 관련 불만이 높고, 중간 요금제에 대한 여론 역시 싸늘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다양한 요금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직접적인 통신사 압박을 피하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보다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할 필요가 있다는 국회, 소비자단체 요청을 반영해 구간 및 계층별로 다양한 5G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도록 통신사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