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전역에 미국흰불나방 등 해충 급증… 농작물 비상

입력 2022-08-09 04:04
미국흰불나방 유충. 충남도 제공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나비목 해충이 충남 전역에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충남지역 나방류에 대한 2차 모니터링을 실시했다고 8일 밝혔다. 조사 결과 과수류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미국흰불나방의 2화기 발생량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2화기는 1세대 성충이 낳은 알이 부화해 2세대 성충이 됐을 때를 뜻한다.

지난해 10% 수준이었던 피해가지율(피해를 입은 나뭇가지의 비율)은 올해 48.8%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흰불나방은 600개 이상의 알을 낳는다. 애벌레 상태에서 2번 탈피한 뒤인 3령(齡) 이상으로 넘어가면 주변으로 분산하기 시작한다. 다식성 곤충이어서 과수나 관목류까지 모두 먹어치울 뿐 아니라 3령부터는 섭식량도 많아져 농작물에 큰 피해를 입힌다. 충남에서 확인된 미국흰불나방 애벌레의 발육단계는 2~3령충으로 파악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2002년 이후 거의 보이지 않았던 벼줄점팔랑나비가 발견되기도 했으며 혹명나방도 확인됐다. 벼줄점팔랑나비의 발육단계는 4~5령이거나 번데기 단계, 혹명나방은 성충단계로 조사됐다.

벼줄점팔랑나비는 2령까지 한 개의 잎을 몸에 말아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3령이 넘어가면 여러 개의 잎을 한꺼번에 몸에 말고 잎을 전체적으로 갉아먹는다.

미국흰불나방은 이달 상순, 혹명나방은 중순 이후가 방제 적기이며 벼줄점팔랑나비는 하순에 방제해야 효율이 높다.

도 농업기술원은 가뭄의 영향으로 나방류가 급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눈이 많이 오면 병원균 감염 확률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개체 수가 줄지만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건조한 날씨가 지속돼 감염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최용석 도 농업기술원 해충팀장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예단하긴 어렵지만 나방류는 강수량이 개체 수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나방류는 어린 단계에서 방제해야 효율이 좋고 피해를 줄일 수 있어 적기에 방제해 농경지 피해를 최소화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홍성=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