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때리기’ 반도체 반사이익에도… ‘칩4’ 참여 땐 타격

입력 2022-08-08 04:02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최대 변수로 대만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변화 움직임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만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 세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만은 최근 하이테크 품목 수출 시장에서 한국을 넘어섰다.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미·중 하이테크 수입시장에서의 한국 수출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기준 대만의 전 세계 하이테크 수출 비중은 6.1%로, 5.3%인 한국을 앞질렀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를 앞세운 실적이다.

하이테크 품목은 제조 시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은 기술 제품으로, 반도체 등 전자통신기기 등을 통칭한다. 9개 하이테크 품목 중 전자통신기기의 교역액(수입액 기준)은 1조8000억 달러로 전체 하이테크 품목에서 55.6%를 차지한다. 연평균 증가세도 4.6%로 급등하면서 반도체는 전 세계 교역의 중심이 됐고, 이와 함께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반도체 공급망 단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실제 중국은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와 함께 대만산 감귤 등의 수입 금지나 천연 모래 수출 금지 등을 단행했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7일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대만산 첨단 반도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돼 왔다”며 “‘탈(脫)대만’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만 의존에 따른 불안과 공급선 다변화 욕구를 한국이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과 EU 등이 대만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면 국내 산업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하이테크 수입 시장에서 중국은 4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다가 2018년을 기점으로 점유율이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점유율이 30% 밑으로 떨어졌다. 본격화된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산 하이테크 제품 수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을 고립하기 위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4(Chip4)’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칩4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중 간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면 결국 동참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중국과의 교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한·중 양국 간 무역 규모는 축소되는 추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국내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높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선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경 부연구위원은 “한국이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한 메모리 분야에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해외의 한국 첨단 메모리 의존도 축소 시도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이종선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