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부인의 아들 용궁에 가다’… 국내 첫 창작 아이스쇼

입력 2022-08-08 04:05 수정 2022-08-08 04:05
국내 최초의 미디어아트 아이스쇼 'G쇼: 드래곤 플라워'의 한 장면. 지난 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개막한 'G쇼'는 스케이팅과 플라잉 중심의 퍼포먼스에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독특한 공연이다. 라이브아레나 제공

MZ세대의 ‘핫플’로 떠오른 강원도 강릉에 새로운 볼거리가 등장했다. 5일 강릉하키센터에서 개막한 국내 최초 미디어아트 아이스쇼 ‘G쇼: 드래곤 플라워’다.

가로 60m, 세로 30m, 높이 16.5m라는 압도적 스케일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G쇼’는 스케이팅과 플라잉을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에 3D프로젝션맵핑, 홀로그램 등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독특한 공연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의 재활용을 위해 기획된 G쇼는 국내 최초 창작 아이스쇼다. 창작진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수로부인 설화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야기는 병든 어머니(수로부인)로부터 젊은 시절 추억을 들은 아들 융이 꽃을 꺾으러 절벽에 올라갔다가 바다에 빠져 용궁에 가면서 시작된다.

이번 작품엔 한국을 대표하는 비언어 퍼포먼스 ‘점프’ 등을 연출한 최철기 총감독을 필두로 퍼포먼스 연출가 전주우, 음악감독 이동준, 안무가 이동원, 피겨 스케이팅 안무 및 코치 김해진, 무술감독 송준석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융역의 김현 안건형, 융의 연인 해나역의 조경아 김하늘 등 주요 출연진은 피겨 국가대표나 상비군으로 활약하다 은퇴한 스케이터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각종 스케이팅 동작 외에 무술 및 플라잉까지 선보인다. 드라마가 있는 작품답게 대사도 직접 소화한다.

가족 관객 대상의 ‘피서 공연’으로서 G쇼는 볼거리와 재미를 잡았지만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보였다. 대형 아이스링크를 활용하는 만큼 출연진의 수(24명)를 더 늘려서 스펙터클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최 총감독은 “한국의 피겨스케이터 층이 얇아서 러시아나 중국의 아이스쇼에서 활동하는 스케이터들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불가능했다”면서 “상황이 호전되면 해외 스케이터들도 무대에 세우고 싶다”고 밝혔다.

스케이터들의 화려한 움직임이 매력적인 아이스쇼는 여름 공연으로 인기가 높지만, 국내에서 만든 아이스쇼는 ‘피겨 여왕’ 김연아 등 전·현직 스타 선수들의 갈라 공연뿐이었다. 국내 최초 창작 아이스쇼로 드라마까지 담은 G쇼가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강릉 올림픽파크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빙상 종목 경기가 열린 곳으로 아이스아레나, 하키센터,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 컬링센터 등이 있다. 강릉시청 컬링팀 선수들의 훈련장과 생활체육 스케이팅장으로 사용 중인 컬링센터 외에 나머지는 낮은 활용도와 경제성 때문에 존치 논란이 일었다. 아이스아레나는 실내체육관으로 바꼈고 스피드스케이트경기장은 김한민 감독의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등의 VFX(시각 특수 효과) 세트장으로 사용됐다. 하키센터는 G쇼의 무대가 돼 다음 달 4일까지 매주 금·토·일요일에 하루 2회 공연한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지난 4일 프레스콜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을 이용해 관광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빙상도시 강릉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G쇼가 호응을 얻으면 상설 공연을 추진하고 강릉의 다른 설화도 관광 콘텐츠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릉=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