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 관고동 학산빌딩 화재로 5명이 사망한 사건을 조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자 제2차 현장 합동감식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2차 감식은 8일 오전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조사관 등 17명이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건물 3층 스크린골프장 내부 철거 작업 중 화재가 처음 발생한 점을 감안해 철거 작업을 한 노동자 3명을 조사했다. 작업자들은 “당시 불꽃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1차 합동감식 과정에서도 화재 현장에서 화기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 철거 당시 작업자들의 과실이 있었는지 등도 조사 중이다.
숨진 병원 환자 4명과 간호사 현은경(50)씨는 화재로 인한 연기에 질식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같은 내용의 부검의 구두소견을 전날 국과수로부터 통보받았다.
희생자들의 발인식은 이날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졌다. 장례식장에서는 희생자 4명의 발인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마지막까지 환자 곁을 지키다 숨진 간호사 현씨의 딸이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고 빈소에서 나오자 뒤따르던 유족들과 지인, 대한간호협회 관계자 등은 통곡했다. 현씨의 관이 영구차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주변은 한동안 울음바다가 됐다. 마지막 길을 떠나는 어머니가 영구차에 실리자 현씨의 아들은 “엄마 엄마”를 부르며 오열했다.
건물 4층 열린의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것으로 알려진 현씨는 화재 사고 당시 충분히 피할 시간이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환자들의 탈출을 돕다가 안타깝게도 빠져 나오지 못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환자의 생명을 끝까지 지켰던 현 간호사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의사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12일까지 전국 16개 시·도 지부별로 추모하겠다”고 말했다.
70대 여성 희생자의 관이 운구자들의 손에 들려 나오자 애써 눈물을 참던 고인의 남편은 “아이고”하는 탄식과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 아내의 관이 영구차에 오르고 나서도 그는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한참 동안 영구차를 바라보고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희생자 5명 가운데 빈소가 늦게 차려진 80대 남성 1명은 8일 발인식이 열린다. 투석을 받다 희생된 60대 남성의 유족들도 영구차에 오른 관을 어루만지며 “내 동생 불쌍해서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5일 오전 10시 17분쯤 학산빌딩 3층 스크린골프장에서 발생한 뒤 1시간 10여 분 만인 오전 11시 29분쯤 꺼졌다. 불길은 크게 확산하지 않았지만 짙은 연기가 위층으로 유입되면서 병원에 있던 간호사 현씨 등 5명이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나머지 42명도 연기흡입 등으로 다쳤다.
이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