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을 받고 막막했습니다. 나대용 장군 사당이 있는 소충사를 찾아가 ‘저는 배우 박지환인데 장군님 역할을 맡았다. 힘들어 죽겠다. 여행 중에 저한테 보여주시든, 꿈에 나타나시든 제발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나 장군을 연기한 배우 박지환(사진)은 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나 장군은 거북선을 개량하고 이순신 장군을 도와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김한민 감독에게 배역을 제안받은 뒤 나 장군 산소와 소충사, 충무사, 한산도 등지를 찾았다. 박지환은 “한산도에 머물던 어느 날 새벽 바닷가를 걷는데 눈앞에서 전쟁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지옥도처럼 끔찍하고 무서웠다”며 “이 바다가 당시엔 모두 핏물이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소름이 돋았다.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여행에서 깨달은 것 같다”고 돌이켰다.
박지환은 처음에 자신이 당연히 왜군 역일 것으로 짐작했다. 그는 “왜 저를 선택하셨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주 야비한 역을 맡은 영화 ‘봉오동 전투’ 시사회 날 김 감독이 잠깐 얘기 좀 하자고 했다”며 “‘한산’에서 나 장군역을 맡기려 한다기에 ‘왜 나한테 그 역을 줄까’ 속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두려웠다. ‘기분이 좋다’고 말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박지환은 “하루 두세 명 씩 영화를 본 지인들이 전화한다. 박지환의 또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다는 평을 들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2022년은 박지환에게 특별한 해다. ‘현이 아방’ 인권역을 맡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장이수역으로 큰 웃음을 선사한 ‘범죄도시2’에 이어 ‘한산’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인기를 체감하고 있다.
박지환은 “밖에 나가면 많은 분이 알아봐 주신다”며 “광고도 찍게 해주시고 대본도 많이 들어온다. 백번 천번을 물으셔도 감사한 마음 외엔 없다. ‘이 사랑을 어떻게 다시 돌려드리지’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