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꺾을 유일한 방법으로 꼽히는 박용진·강훈식 후보 간 단일화의 문이 점점 닫히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어대명’에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으로 당대표 선거 기류가 전환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강 후보는 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박 후보가) ‘일대일 구도’를 만들겠다고 한 건 박 후보 본인의 희망”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가 3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든 단일화와 무관하게 이재명 후보와의 일 대 일 구도를 만들 자신이 충분히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신경전을 펼친 것이다.
강 후보는 이어 “일대일 구도에 누가 적임자인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바뀔 수밖에 없다”며 “‘어대명’ 분위기를 깨기 위해선 확장성 있는 후보가 필요한데, 저는 아직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제 비전을 알리면 지지율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강 후보 캠프 내부에선 당대표 선거를 완주했을 때 얻을 실익이 적지 않다고 판단해 완주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단일화를 하면 인지도가 높은 박 후보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 후보가 ‘마이 웨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강 후보 입장에선 이번 선거를 체급을 높일 기회로 보고 있어 다른 후보에 묻히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 측도 ‘단일화에 목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원·경북·대구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가 3일부터 시작돼 단일화의 파괴력이 이미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의 지지율이 강 후보를 크게 앞서 ‘이재명 대 박용진’의 일대일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추격 기세의 화룡점정을 찍는다는 점에서 단일화는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강 두 후보가 선거 판세를 뒤흔들기 위해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후보 측은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이재명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모든 영역에서, 모든 방향에서 최대치 공격이 이뤄지고 있는데 저도 인간이라 가끔 지친다”며 “전쟁터로 끌려 나온 가족을 생각하면 내가 왜 여기까지 왔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카 유용 의혹’ 수사 등 자신을 향한 검·경의 전방위적 수사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