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최고위급 인사가 JSA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JSA에서 장병들을 격려했다. 아울러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안보 태세를 재확인했다.
펠로시 의장의 JSA 방문은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평화를 해치는 행위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상황인 만큼 이를 저지하는 성격의 행보로 풀이된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완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JSA가 탈북어민 북송이 이뤄졌던 장소라는 점에서도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눈길을 끈다. 앞선 대만 방문에서 중국 인권을 비판한 것처럼, JSA 방문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앞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펠로시 의장은 의회 인사이기 때문에 그의 입장이 곧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 권력서열 3위로서 갖는 무게감이 있기 때문에 북한도 펠로시 의장의 행보를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펠로시 의장이 전날 입국할 때 국내 의전 인력이 아무도 나가지 않은 것을 두고 ‘외교 결례’ 논란이 일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공개한 펠로시 의장 입국 사진을 보면 공항에는 한국 국회나 여야 의원, 정부 인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이 서울 용산의 호텔로 와서 취재진이 기다리던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들어간 것을 두고도 불쾌감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외국의 국회의장 등 의회 인사 방한에 대해선 통상 우리 행정부가 영접을 나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 의회 카운터파트인 국회에 관련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미 하원의장의 의전 파트너는 국회”라며 “국회 의전팀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국회의장은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은 “국회 의전팀이 영접하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 더군다나 공군기지를 통해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 대사관은 “미 의회 대표단 방한 시 대한민국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의전, 기획 관련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을 의식한 듯 펠로시 의장의 출국장에는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이 환송을 나갔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과 펠로시 의장 오찬에서 환송을 나가겠다고 즉석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