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펠로시 만남 무산에… 與 “유감”, 野 “공감” 아이러니

입력 2022-08-05 00:04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간의 전화통화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을 거론하면서 “이번 펠로시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여야에서 뒤바뀐 입장이 나왔다. 일부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고, 야당은 호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여권 일각에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만났어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면담 무산은 윤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론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4일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했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으로 갈음하겠다”면서 “당 차원에선 첨언할 게 없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선 딜레마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의 결정을 지지할 경우 한·미 관계 강화를 강조하는 보수 지지층을 자극할 수 있다. 그렇다고 집권 여당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이유로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 수도 없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침묵하는 동안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동맹국 미국의 의회 일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여름휴가 중인 윤 대통령이 3일 연극을 본 것을 거론하면서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펠로시 의장과 대한민국 정부의 주 의제는 대만 문제가 아닌, 북한과 핵 문제, 한·미동맹”이라며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면담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일부 인사는 중국을 자극하면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의 결정을 긍정 평가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고 있어서 대통령이 꼭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건 미·중 갈등에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의 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에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들이 동행하지 않아 또 다른 억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과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펠로시 의장과 거리두기를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 관계자는 “JSA에 유엔군사령부가 주둔하고 있는 만큼 그쪽에서 의전을 전담하는 것으로 정리됐을 수 있다”며 “북한과 중국을 고려해 대사관 측이 동행하지 않았다는 해석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