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펠로시 방한, 한·미 동맹 강화 속 대중 외교 숙제 남겼다

입력 2022-08-05 04:01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에게 “이번 펠로시 하원의장 일행의 방문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질서를 함께 강구하자”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앞서 김진표 의장과 회담에서도 한·미 동맹이 포괄적인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는 것을 의회 차원에서 뒷받침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한·미 관계를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에 기반을 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과 양국 국회의장 간의 논의가 포괄적 한·미 동맹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펠로시 의장의 방한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도 있다. 펠로시 의장이 말한 ‘인도·태평양 질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견제 성격이 짙은 경제안보동맹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말한다. 윤 대통령은 이미 IPEF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중국은 한국의 IPEF 참여에 반발해왔다. 앞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통화에서 중국이나 대만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김 의장과 펠로시 의장의 공동 언론발표문에도 중국 관련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의회의 영향력이 막대한 미국 상황을 고려할 때 펠로시 의장의 발언은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를 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이 휴가를 이유로 미국 의회 지도자를 만나지 않는 것은 중국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논리였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비판의 대상이어서는 곤란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미 동맹 강화라는 외교적 노선을 분명히 해왔다. 전 세계 자유 진영의 리더인 미국과의 동맹 강화·발전은 대한민국 생존과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 강화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나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중국은 우리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이며 경제적으로도 제1의 교역국이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Chip)4’ 가입, ‘사드 3불(不)’ 문제와 같은 현안이 쌓여가고 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관리해야 하는 난제를 푸는 것이 대한민국 외교의 숙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