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아이들의 부모 역할… “하나님 자녀로 품었죠”

입력 2022-08-08 03:03
이통일(왼쪽) 목사가 지난 3일 서울 강북구 한꿈학교 기숙사 ‘드림하우스’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있다. 이통일 목사 제공

경기도 의정부 한꿈학교에 다니는 탈북 학생들에게는 ‘아빠 엄마 같은 선생님’이 있다. 학교 기숙사 사감인 이통일 목사와 장남일 사모다. 이 목사 부부는 기숙사 ‘드림하우스’에서 아이들과 함께 ‘작은 통일’을 이뤄가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목사는 “한꿈학교 재학생 40여명 중 학교와 집이 너무 멀거나 부모의 부재로 갈 곳 없는 학생 14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며 “서울 강북구에 있는 다세대 주택 14세대 중 6세대에서 공동생활을 하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 목사 부부가 탈북 학생들의 부모 역할을 하게 된 건 2017년부터다. 탈북민 관련 사역을 진행하던 부부에게 한꿈학교가 먼저 제안을 해왔다. 부부가 만난 대다수 탈북 학생들은 부모의 사랑과 가정의 소중함을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주로 북한 출신 엄마가 중국에서 낳은 자녀들이다. 엄마 혼자 한국으로 와 새 가정을 꾸려 정착하다가 중국에 남겨둔 아이가 눈에 밟혀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 목사는 “아이들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모습과 자신을 다시 데리러 온 엄마의 모습에서 미움과 사랑의 양가감정을 느낀다”며 “중국에서도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엄마는 한국에 새 가정이 있으니 함께 살기도 쉽지 않다. 그 때문에 가정에서 오는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을 사랑으로 품어주고 웃어주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알려주는 것이다. “기숙사에 고장 나는 곳이 많아 수리를 해주고 있으면 아이들이 ‘어, 진짜 아빠 같다’고 해요. 아이들은 하나님 외에는 소망이 없거든요. 하나님 사랑을 알려줘야 변화되고 살 수 있는 아이들이에요.”

부부는 자비량 선교 사업장도 운영 중이다. 서울 도봉구에 ‘아크 인터내셔널’을 설립하고 카페 운영과 원두 판매, 바리스타 교육 등을 하고 있다. 부부는 비즈니스 선교의 좋은 모델이 돼 선교의 지평이 넓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몇 년 전, 기도 중에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들 또래의 청소년, 청년들이 밝은 모습으로 북한 지도 위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지금은 한꿈학교가 상가 지하에서 열악하게 사역하고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이 아이들을 귀하게 키우시고 복음 통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