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감성의 안드로이드폰… 뒷모습 힘 줬지만 효용성 “글쎄”

입력 2022-08-07 18:07
‘폰원’은 후면 패널에 LED를 탑재해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글리프 패턴’으로 발광한다. 낫싱 제공

영국의 스타트업 ‘낫싱’(Nothing)이 만든 첫번째 스마트폰 ‘폰원’(폰1)이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국내서는 해외 직구 방식으로만 판매되고 있다. 출시 전 부터 스마트폰 이용자들 사이에서 ‘열풍’에 가까운 관심을 받았던 터라 어느 정도의 판매고를 올릴지도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뒷면을 투명하게 만드는 등 기존 스마트폰 과의 차별점을 뒀다는 점에서 ‘디자인의 승리’라는 우호적인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동시에 정체성과 같은 디자인이 오히려 효용성이 떨어지고, 성능 역시 흔한 중급기 수준이라 ‘평범하다’는 시선도 있다.

일주일 동안 사용해본 폰원은 ‘신선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준 스마트폰이었다. 제품 패키지부터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유도했다. CD 패키지만한 사각형 상자를 시리얼 박스 뜯듯이 열어야 폰원을 꺼낼 수 있다. 새상품 포장지를 뜯은 뒤 내 손에 쥐기까지의 설렘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계’로 해석된다.

폰원의 외관 디자인은 아이폰을 지향한 느낌이었다. 아이폰 시리즈에서 볼 법한 프레임과 카메라 배치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후면 패널은 폰원 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후면 커버를 투명 글래스로 만들었다. 974개의 LED를 탑재해 폰원 만의 ‘감성’을 넣었다. LED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글리프 패턴’(Glyph Pattern)으로 발광한다.

OS에서 글리프 패턴을 별도로 설정할 수 있다. 낫싱 제공

배터리 충전 진행률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통화 상대방을 LED의 패턴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구분하도록 했다. 무음 모드 때도 LED의 패턴 만으로 알림을 구분할 수 있도록 ‘시각성’을 극대화했다. 가령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더라도 알림이 오면 직관적으로 알림의 종류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폰원의 정체성에 대한 흥미가 짧게 끝난다는 점은 단점이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의 뒷면을 평소에 볼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제품을 의도적으로 뒤집어놓지 않는 이상 글리프 패턴이 발광하는 모습을 목격하기 어렵다. 파손을 우려해 불투명 소재 케이스를 씌우면 활용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폰원의 정체성이 사용 과정에선 무의미해지는 셈이다.

아이폰과 같은 외관과 달리 운영체제(OS)는 안드로이드 베이스라 이용자 수가 많은 국내에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았다. 다만 조작법은 아이폰과 거의 흡사해 안드로이드용 아이폰을 쓰는 기분이 들었다. 이용자에 따라선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전체적인 성능은 가격대에 맞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준수한 성능의 카메라, 120㎐ OLED 디스플레이, 스냅드래곤 778G+ 프로세서 등은 중급기로서의 성능을 충분히 보여줬다. 다만 사후 서비스는 걱정되는 부분이다. 국내서는 정식 출시가 아니라 수리가 필요하면 사설 업체를 이용하거나 구매처에 요청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점은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큰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