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고를 졸업하고 군생활을 마치고 나오니 직장 구하기가 힘들었다. 공부를 잘한 편이라 눈만 높아 웬만한 직업은 눈에 차지 않아 방황하다가 택시운전을 시작했다. 내가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고 간섭받지 않아 좋았지만, 하루 입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일은 일대로 하고 내 돈으로 채우는 것이 차츰 스트레스가 되었다. 언젠가 택시승강장에서 한참 기다리는데 손님이 나타났다. 그런데 늦게 온 택시가 승강장 전에서 손님을 낚아챘다. 화가 나 쫓아가서 ‘너 내려!’ 하며 기사의 멱살을 잡고 싸웠다. 그 사이에 손님은 다른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술주정에 토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리 저리 끌고 다니다 택시비도 주지 않아 시비가 붙어 파출소에 가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서 오래 일하기 힘든 데다 늘 식사를 거르고 밤엔 피로가 쌓여 졸음운전도 많이 했다. 자녀를 낳아 키울 자신도 없을 정도로 미래에 대한 소망도 사라졌다. 더욱이 물려받은 재산도, 학벌도 없고, 똑똑한 머리나 잘난 외모도 없으니 결국 부모와 사회제도를 탓하며 술, 담배, 세상 낙을 좇기 시작했다.
그러다 택시운전을 그만두고 야식집을 하는 부모님을 돕자며 아내와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부모님과 다투고 한 달도 안 되어 아무 대책 없이 다시 춘천으로 돌아왔다. 그런 나를 하나님께서 찾아주셨다. 학원차 운전을 하던 어느 날 말도 어눌하고, 다리도 절고, 나이도 나보다 많고, 결혼도 못한 다른 학원차 운전기사가 너무나 기쁘게 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저분은 왜 저렇게 기쁠까?’ 예수님을 믿는다는 그 분을 따라 어느 늦가을 새벽 한마음교회에 갔다. 교회가 낯선 데다가 목사님의 말씀이 너무 빨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말씀을 듣고 성경을 읽을수록 더욱 믿기가 어려워지며 교회에 나가는 자체가 싫어졌다.
그러다가 제자들도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 성경과 하신 말씀을 믿게 되었다는 요한복음 말씀을 통해 부활이 사실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 서울 작은 집에 갔을 때, 밤하늘에 빨간 십자가가 너무 많았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며 예수님이 부활하지 않았다면 2000년이 지난 지금 십자가가 하나도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며 부활이 역사적 사실임이 선명해졌다.
그러다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는 이사야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성경의 예언대로 나의 모든 문제를 안고 죽으시고 부활하셨음이 정확하게 비춰졌다.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는 나로 더불어 먹고 나는 그로 더불어 먹으리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그 사랑 앞에 통곡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그런 분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살았는지 정확히 알게 되자 바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주님의 사랑을 주체할 수 없어 만나는 사람마다 복음을 전하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따라가며 복음을 전하다가 내 길과 방향이 다른 학교까지 따라가기도 했다. 골목에 있는 세탁소 주인에게 과일까지 사 드려가며 계속 복음을 전하다가 귀찮게 군다며 따귀를 맞고 물벼락을 맞은 적도 있다. 그러다 택시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예전에는 택시운전이 무척 힘들었지만 예수님 한분이면 충분하니까 손님이 없어도 전혀 마음에 요동이 없었다. 오히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돈을 받지 않고 태워준 적도 많았다. 차 안에 말씀 구절과 그림을 붙여놓고 손님에게 박하사탕을 드리면서 하루에 100명이든 200명이든 모두 복음을 전했다.
어느 날 한적한 곳에서 손님을 태웠는데 술에 많이 취했고, 가려는 목적지도 없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어 소양댐으로 드라이브를 시켜드리며 복음을 전했는데 ‘천사같은 기사’라며 만남이 시작되었다. 알코올 중독으로 삶이 황폐했던 그 분은 나를 따라 교회에 오고 성경도 읽었는데 어느 날 일을 시작한다며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그때부터 그분을 위해 40일 동안 아침 금식기도를 했다. 어느 어르신은 아주 짧은 거리인데 차를 탔다. 무릎이 아프다고 하여 잠시 차를 세우고 기도해 드리겠다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예수님께서 성경의 약속대로 어르신의 질병을 다 담당하셨다며 기도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다. 말씀을 받은 어르신은 그 자리에서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하며 무척 기뻐했다. 또 어느 손님은 열심히 복음을 듣다가 어느 교회냐고 확인을 하더니 자신이 목사인데 처제를 당장 한마음교회에 보내겠다고 했다. 얼마 후 처제는 아예 춘천으로 이사하여 예수님을 영접하고 열심히 전도를 했다.
감사하게도 결혼 14년 만에 하나님께서 자녀의 축복을 주셨다. 벌써 7살이 된 아이를 통해 날마다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에 감격한다. 2년 전에는 혼자 서울에서 지내던 처외삼촌이 뇌경색으로 쓰려져 춘천으로 모셨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한 외삼촌은 예전보다 더 건강하게 사시고 항상 삶을 비관하던 큰형님은 드디어 예수님을 믿고 기쁨의 삶을 살아간다. 복음으로 무너져가던 우리 가정이 모두 살아났다. 지금도 학원버스엔 복음 동영상이 돌아간다. 복음으로 온 나라, 온 세상이 살아날 날을 소망하며 오늘도 복음을 싣고 운전대를 잡는다.
장석열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