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노트] 나아지기 위한 작은 습관

입력 2022-08-05 04:02

출근 전 아침 독서에 재미를 붙였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 회사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어제 읽던 책을 다시 펼치는 일은 사실 독서 그 이상이다. 아침의 카페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나와 책을 읽고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책 한 줄 읽다 보면 나도 지식과 지혜를 쌓아 더 나은 사회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고양된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좋은 리추얼(ritual)이다.

퇴근 후 저녁 산책도 전부터 종종 해오는 일이다.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며 걷는 것도 좋지만 근육의 움직임을 느끼며 혼자 걷는 것도 괜찮다. 바람, 나뭇잎의 응원으로 건강해지는 것 같고, 건강하기만 하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아서 기분이 다운된 날에도 산책의 끝에는 긍정에너지가 살아난다. 산책길에도 어김없이 동지가 있다. 달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마주치게 된다. 저들의 하루는 어땠을까, 운동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면 잠이라도 푹 잘 수 있지 않을까.

출근 전 독서에 퇴근 후 산책까지 한 날이면 꽤 괜찮았던 하루가 된다. 아직은 그런 날이 드물지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괜찮은 날들이 모여 내가 근사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습관은 오래 반복하여 얻을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의 의지에 달린 것이다. 일본 대표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30년 이상 매일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기 위해 저녁 모임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을까. 습관에는 선택 또한 필요하다.

패션 브랜드 ‘미나 페르호넨’의 창업자 미나가와 아키라는 스무 살 무렵부터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할 때도 한 달에 한 번은 고급 식당을 찾아 자신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했다고 한다. 음식은 그에게 매력적인 새로운 세계였고 다른 걸 포기하고 얻을 만한 일상의 기쁨이었다. 주말마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서점에 가서 새 책을 고르는 일도 그렇다. 귀찮음과 고통을 참아가며 달성해야 하는 높은 목표 대신 수고한 나를 칭찬하고 보상하는 습관을 만들어 두면 팍팍한 일상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라는 말에 상처받은 적이 있다. ‘너랑은 통하지 않아’라는 진단이자 ‘나도 변할 마음이 없어’라는 이별 선언으로 들렸다. 나를 얼마나 안다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 절벽과 같은 말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는 정말 그대로일까? 그렇다면 왜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한단 말인가. 물론 나는 여전히 한 번 좋아한 것을 오래 좋아하고, 짜증도 잘 내고, 시간은 지키지만 촘촘한 계획은 세우지 않는 편이다. 어린 시절의 가족과 환경으로부터 온 습성을 많이 간직하고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더 나아지기를 바라왔다.

사람이 변한다는 건 생각과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말일 테다. 인정, 그게 어디 쉬울까. 하지만 좋은 습관을 통해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한다. 이전에는 딱히 좋은 습관이랄 게 없었던 것 같다. 눈뜨면 출근하고, 퇴근하면 밥 먹고 드라마 보다가 잠들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과 개인 일정을 보는 생활이었다. 가끔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산책도 했지만 가끔이었다. 수영이나 외국어를 배우려고 학원에 다닌 적도 있었지만 잠시 동안의 이벤트로 끝이 났다. 내가 시간과 마음을 쓴 것이 아니라 시간과 의무감이 나를 끌고 다녔다.

일상의 모든 부분을 습관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선택에 따라 몇 가지 작은 습관을 가지고 싶다. 오랫동안 반복하여 아침에 책을 읽고, 저녁에 산책하고, 더 자주 글을 쓰고 싶다. 매달 한 번씩 여기에 글을 쓴 것도 벌써 35번째다. ‘뭘 쓰지’하면서 다른 칼럼과 에세이들을 읽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밤을 새울 때도 많았다. 그 글들이 좋아서 감탄하고 부러워하며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 나도 더 나아가고 싶게 만드는 충만한 시간이었다.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아트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