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마약사범 급증으로 조직 개편을 마친 검찰의 마약 범죄 직접 수사 범위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올 상반기 마약류 사범은 9000명에 달하고, 압수된 마약량은 전년 대비 9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을 피한 ‘암수범죄’까지 고려하면 마약 관련 숫자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3일 대검찰청의 마약류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마약·향정 사범 및 압수물량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10년 전 연간 1만명에 미치지 못했던 마약사범 수는 상반기에만 8575명에 달했다. 마약류 압수량은 376.9㎏으로, 전년 상반기 대비(198.6㎏) 89.9% 늘었다.
검찰은 외국인 마약류 범죄가 급증하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1~6월 적발된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1145명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990명, 2020년 상반기에는 669명이었다. 마약수사에 정통한 한 검찰 관계자는 “공단이나 지방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마약 거래 및 투약이 가장 빈번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마약 사건은 다른 범죄와 연관성이 크다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상반기 ‘엑스터시’로 알려진 메틸렌디옥시메탐페타민(MDMA) 압수량은 전년 대비 620% 폭증했는데, 해당 마약류는 성범죄에 자주 사용된다. 강남 등 유흥가에서 발생하는 마약범죄 사건 증가 추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마약 사범과 압수량이 급증한 이유로는 ‘마약을 구하기 쉬워진 환경’이 꼽힌다.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한 ‘비대면’ 마약 거래가 활성화됐고, 대금은 가상화폐로 지불하는 식이다. 동남아와 비교할 때 국내에서 마약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점도 마약 거래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검찰 내부에선 마약 범죄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복원하는 조직 개편으로 마약 등 강력범죄를 전문으로 다루는 강력범죄수사부의 수사력을 되살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정부에선 강력부와 반부패부가 통합돼 강력부 인력 중 소수만 마약 수사에 투입됐는데, 강력범죄수사부가 ‘부활’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인력이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마약 수사를 강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일선 검찰에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마약 밀매 및 유통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은 500만원 이상 마약류 밀수 및 밀수 목적 소유·소지와 관련한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마약 밀수 범죄에 대해서 적극적인 수사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유통·밀매 사건으로도 직접 수사 범위가 확대된다면 지금보다 규모가 큰 마약 사건에 대한 수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아 구정하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