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비판받자 “표적방역”… 슬쩍 ‘간판’ 바꾼 정부

입력 2022-08-04 00:05
3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연일 수사(修辭)를 동원해 코로나19 대응 기조를 홍보하고 있다. 과학방역에 이어 이번엔 ‘표적방역’이다. 데이터 기반으로 감염에 취약한 집단이나 장소 등을 특정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취지인데, 기존 대응에 이름만 새로 붙인 격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2차관은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께 일상을 돌려드리며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곳을 집중 관리하는 표적방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연장 해수욕장,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 시설에서는 각별한 유의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정부는 그간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 삼아 꼭 필요한 부분에 방역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환자의 암 유전자를 분석해서 딱 필요한 약을 쓰는 것을 표적항암치료라고 한다”며 “마찬가지로 방역도 전에 하던 일괄적인 인원이나 시간 제한을 피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지난 정부에서 ‘정밀방역’이란 이름으로 시행됐던 고위험군 보호 조치나 특별방역대책들과 내용 면에서 무엇이 다른지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정 위원장도 “표적방역이라는 게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위험군 관리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정부가 표적방역을 꺼내든 데엔 애초 기조로 내세웠던 과학방역이 포화를 맞은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과학방역의 정의와 실체를 집중 질의했다. 실질적으론 전 정부 정책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였다.

이날 하루 신규 확진자는 11만9922명으로 지난 4월 15일 이후 최다를 기록했다. 누적 확진자는 2000만명을 넘었다. 전 국민의 38.8%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셈이다. BA.2.75 확진자는 5명 추가로 확인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지난달 25~31일 비수도권의 휴대전화 이동량은 전주 대비 11.4% 증가했다. 정부는 현재 확보해 놓은 6210개 병상으로 하루 15만명의 확진자 발생에 대응할 수 있으며 30만명까지 감당할 병상을 확보 중이라고 밝혔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