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 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실물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6원 오른 달러당 1310.3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지난달 15일 1326.1원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1296.1원까지 하락했다가 지난달 27일(1313.3원) 이후 5거래일 만에 1310원대로 다시 상승했다. 여기에는 미·중 갈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나라 간 갈등 확산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안전 자산인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늘리게 된다. 미국의 긴축 가속에 따른 강달러 현상이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진 데는 미국이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꺾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최근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환율 방어에 필요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지난달 증가세로 전환했다. 7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전 달보다 3억3000만 달러 늘어난 4386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증가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외환보유액 감소에는 강달러 현상으로 유로화 등 다른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외환보유액이 급감했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위기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외환 곳간의 규모는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6월 말 기준 세계 9위다. 1위는 중국(3조713억 달러)이었다. 중국 다음으로는 일본(1조3571억 달러), 스위스(9625억 달러) 등 순이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