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3일 이른바 ‘건진법사’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담당하는데, 조사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건진법사는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드러나고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해 ‘무속 논란’까지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런 사람이 정·재계로부터 인사와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고 언론 보도까지 됐다. 대통령실의 설명은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는 한가한 소리처럼 들린다.
이전 정부까지 대통령 배우자나 친인척 관련 의혹은 민정수석실이 담당했다. 윤석열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관리에 허점이 생겼다. 정부 출범 석 달도 되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 부부 주변에는 여러 루머들이 나돌았다. 그제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와 관련된 업체가 대통령 관저 내부 공사 일부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앞서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했던 업체가 김 여사 친인척과 관련 있다는 루머가 나왔다. 김 여사와 가까운 인사비서관 배우자가 스페인 방문 당시 동행했던 일도 논란이 됐다. 김 여사 팬클럽의 행태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치적 공세나 근거 없는 의혹 제기도 있다. 하지만 의혹들이 계속될수록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세간에는 대통령실 참모 누구도 김 여사를 제어하지 못한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 대통령실에 가장 필요한 자리는 특별감찰관이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의 수석 이상 공무원의 비위행위를 감찰한다. 제기된 여러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조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30일 특별감찰관 폐지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협의해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넘었다. 여전히 특별감찰관 추천 소식은 없다. 윤 대통령은 당장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국회가 추천하면 임명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국회에 추천을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특별감찰관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말했고, 여권 내부에서도 특별감찰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