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에 맞선 이준석 “그들, 절대반지 향한 탐욕 계속”

입력 2022-08-03 04:06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26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움직임을 두고 친윤(친윤석열) 세력을 연일 비판하며 ‘SNS 게릴라전’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을 공격 수단으로 이른바 ‘윤심(尹心)’에 맞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가 지도부 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하기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한 직후 페이스북에서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 투쟁의 모습을 현재 당 상황에 빗댄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합니다’라고 7월 29일에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하는군요”라고 지적했다. 가장 먼저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던 배현진 의원이 이날 최고위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배 의원을 겨냥해 “물론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undead·되살아난 시체)가 나옵니다”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에도 친윤계 의원들을 향해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이라고 표현했다. 나즈굴과 골룸은 ‘반지의 제왕’ 속 절대반지에 눈먼 캐릭터들이다.

‘친이준석계’ 김용태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당 최고위원들의 ‘위장 사퇴’ 쇼에 환멸이 느껴진다”며 배 의원과 윤영석 의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배 의원에 이어 윤 의원도 지난달 31일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두 의원은 아직 최고위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최고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권성동 원내대표 주재로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에는 두 의원과 성일종 정책위의장까지 재적 위원 7명 중 4명이 참석해 의결정족수를 채웠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를 주재한 권 원내대표를 향해서도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뻔뻔하게 원내대표직은 유지해 지도부의 한 자리를 붙잡고 있겠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거수기 행세를 했던 의원총회 참석자분들도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갈했다.

배 의원은 국회에서 취재진이 ‘위장 사퇴’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어제 당론 채택에 따라 인수인계 시간이 필요하다고 원내대표가 요청해서 (최고위에 참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도 “최고위 기능이 남아 있어 아직 (사표) 수리가 안 된 것”이라며 “(최고위를 마치고) 사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