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까지 직선거리 12.7㎞인 경기도 파주 충만한교회(임다윗 목사)는 매주 예배 시간마다 북방 선교를 위해 기도한다. 임다윗(69) 목사는 최근 파주 운정예배당 목양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북방 선교를 위해 10여년 전 이곳에 교회 부지를 마련하고 예배당을 지었다”며 “우리 성도들은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가서 ‘통일 선교사’ 역할을 하기 위해 오늘도 기도하고 사역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가 북한 선교에 마음을 품게 된 것은 대학 시절로 거슬러 간다. 그는 “충남 천안에서 유교적인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났는데 대학 때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김준곤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예수님을 영접했고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에서 훈련을 받았다”며 “대학 시절 해외 선교사로 서원했는데 하나님이 계속 그 길은 막으시고 목회를 하게 하시더니 선교에 대한 부담을 주시더라”고 했다.
언제부턴가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이 북한 선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임 목사는 “우리 교회는 북방 선교를 꿈꾸면서 서울 목동에서 시작했는데 경기도 일산에 이어 파주 운정까지 지경이 점점 넓어졌다”며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때가 있다. ‘때가 찼고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막 1:15)’란 말씀대로 남북통일도 때가 찼다고 믿는다. 해방 후 77년간 눈물의 기도가 쌓였다”고 했다.
파주로 올 때 이야기다.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다. 내가 처음 파주에 교회를 짓는다고 했을 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 위험한 데를 왜 가냐’고(웃음). 하지만 나는 통일의 때가 머지않았고 우리 기독교인들이 계속 준비해야 한다. 잘 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북방선교와 복음 통일을 위해 파주에 터를 잡은 뒤 임 목사는 성도들을 더 열심히 훈련시켰다.
성도들은 북방선교를 위해 천연공방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들어보고 카페에서 모임도 하면서 여러 노하우를 쌓고 있다. 임 목사는 “통일이 되면 신의주와 평양에 가서 그때 상황에 맞게 변형해 카페도 하고 공방도 하면서 전도할 수 있다”며 “우리 성도들은 목자가 양을 돌보는 훈련을 하고 있다. 통일이 되면 개성을 지나 평양을 거쳐 원산까지 가서 복음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
충만한교회 예배당은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도 고양 일산, 파주 운정 등 3곳에 있다. 온 성도가 한 마음이 되어 대예배실 1500석의 일산, 4500석의 운정 예배당을 각각 건축했다. 그는 북방선교를 포함해 세계선교센터 설립, 은퇴목회자 노후 돌봄사역 등의 사명과 비전을 두고 계속 기도하고 있다.
목회가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아니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졸업 후 첫 목회는 거의 실패하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양 치는 평신도’ 목회를 정립하게 됐다. 성도가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키우는 방식”이라며 “예수님 역시 아주 젊고 순수한 사람 중에 12사도와 70인의 제자들을 따로 세워 집중적으로 훈련하신 후 ‘내 양을 치라’ 하셨고 그들에게 목회를 맡기셨다”고 설명했다.
충만한교회는 말 그대로 성도가 목회하는 교회다. 임 목사는 “대학 시절 선교회에서 평신도로서 전도하는 훈련을 받은 경험이 작용했다. 나도 성도들을 교육해 그들이 교회학교 부서마다 목회하도록 했다. 그 근거는 ‘성도를 온전하게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며’(엡 4:12)라는 말씀으로 ‘봉사’라는 단어는 영어성경 킹제임스 버전에 ‘목회(the ministry)’로 돼 있다. 즉 최전선 목회는 일반 성도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교회의 모든 체계는 성도가 스스로 목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목회자는 성도들이 마음껏 목양하도록 뒷바라지를 한다. 그들이 목회를 잘하도록 제자훈련과 사역훈련을 시키며 교회 내 카페, 수많은 공방, 문화교실, 축제 등 프로그램과 행사들은 평신도 목회를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 그 결과 교회에 활력이 넘친다”고 했다. 이어 “우리 교회는 성도가 목회하는 것을 목회자가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 웃었다.
교회는 성도들이 모임을 할 때 필요한 공간이나 재료 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리스 재료를 공급하고 부활절 전에는 달걀 꾸미는 재료를 나눠준다. 그러면 목자들이 이웃들을 자기 집에 초대한다. 집에서 하기 힘든 분들을 교회 카페를 이용한다. 우리는 반찬가게도 운영한다. 주부들은 늘 무슨 반찬을 해 먹을지 고민한다. 그러나 교회에 오면 다 해결된다”고 했다. 콩자반 장조림 등 밑반찬과 찌개 등 주요리를 요일별로 판매한다. 이런 사역 아이디어는 이은심(63) 사모의 도움이 크다.
그는 “훈련된 평신도 목자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양을 치는지 깜짝 놀랐다. 주님의 말씀대로, 주님의 방법대로 하니 목회가 행복하다”며 뿌듯해했다. 그의 이 같은 말은 교회 공간에 그대로 반영돼 있었다. 이날 충만한교회 1층 로비에 들어갔을 때 눈에 처음 들어오는 곳은 생활용품 가게였다. 안으로 들어가자 비누 향초 양말 액세서리 가방 등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있었다. 점원은 “성도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비누는 향도 좋고 성능도 좋아 동네 분들이 많이 사간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몇 걸음 더 옮기자 테이블이 수십 개는 족히 될 널찍한 카페가 나왔다.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모여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테이블로 다가가 얼마나 자주 오는지 물었다. 윤도경 집사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카페를 이용한다. 예배드리러 올 때나 제자반 모임 등을 할 때 이용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많다고 하자 김미순 성도는 “휴가철이라 그런지 오늘은 손님이 적은 편”이라며 웃었다.
임 목사는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지역을 섬기기 위해 연합회 일을 하게 됐다. 젊었을 때 목사님들이 자리를 맡기 위해 경쟁하거나 다투는 걸 보고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 그 길을 멀리해야겠다 생각했다. 계속 두더지처럼 목회만 했다. 그런데 지나서 보니 교회들이 연합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고 함께 이웃을 섬겨야 할 때도 있더라”고 했다.
코로나로 지친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이런 말을 들려줬다. 임 목사는 “긴 코로나로 인해 교회당은 휑하고 자리는 텅 비고, 교회 위상은 실추되었고 교회는 무력감에 빠져 있다”며 “그러나 교회는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특히 초대교회 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그래도 교회는 그 위기를 넘겼고 우리에게 복음이 전해졌다”고 했다.
초대교회의 그 믿음을 가지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는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고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하게 하실 것”이라며 “주님은 놀라운 은총의 역사를 이루시기 전에 먼저 고난을 통한 준비 작업을 하신다. 추수를 위한 그릇 준비다. 초대교회 성도들처럼 소망 가운데 인내하고 성찰하며 준비한다면 반드시 하나님의 은혜를 간증할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임 목사는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살전 5:16~18)는 말씀대로 이 상황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맞이하자”고 했다. 코로나 시대에도 한국교회가 회복하고 부흥할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장기화로 교회는 침체하고 각자 집에서 드리는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지면서 안락함에 빠진 성도들이 늘어 간다고 좌절해선 안 된다”고 했다.
해법은 복음의 본질, 처방은 갖가지 운동이었다. 임 목사는 “해법은 간단하다. 이럴 때일수록 복음의 본질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여러 운동을 제안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찬양운동, 기도운동, 회개운동, 성령운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성령을 구하면서 간절히 기도하고 운동을 펼쳐야 한다. 초대교회처럼 복음을 붙들고 성령님이 강력히 임재할 때 이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복음의 본질을 믿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임 목사는 “초대교회처럼 신나게 찬양하고 부르짖어 기도하고 떡을 떼며 서로 격려하여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교회와 가정 등에서 분위기를 모두 신바람 나게 바꾸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수님이 주신 복음을 깨달을수록 새 힘이 용솟음칠 것이다. 강력한 복음의 능력으로만 우리는 초대교회처럼 회복하고 부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주=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