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사진) 대통령이 여름휴가 기간 지방 휴양지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 서초구 사저에 주로 머물면서 향후 정국 구상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문제 등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데다 윤 대통령 지지율도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휴양지 방문 취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휴가 기간 민생 현장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2∼3일 정도 지방에서 휴가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는데 최종적으로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윤 대통령이) 서울에 머물면서 정국 구상을 하고, 산책도 하며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휴가 기간은 1∼5일이다. 윤 대통령은 휴가 첫날 서초구 사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계속 댁에서 오랜만에 푹 쉬고 많이 주무시고 가능하면 일 같은 건 덜하고 있다”며 “산보도 하고 영화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정치를 시작한 이후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면서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는 일정이 하루에 몇 개씩 될 정도로 바빠서 휴식을 못 한 상태로 사무실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이 휴식을 강조한 것은 정국 전환을 위해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전망은 끊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각계 인사를 만나 조언을 들으면서 정국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휴가 기간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며 “취임 이후 두 달 반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정국을 구상하는 시간을 갖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지율 반등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와 ‘광복절 특사’에 대해서도 장고할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휴가를 떠나기 전에 코로나19 재유행과 휴가철 치안, 추석 물가 불안 우려에 대한 대응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그러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민생경제에 위기의 파도가 계속해서 밀려오는데 윤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이 한가하게 휴가를 즐기고 있어서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직 사의를 밝힌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개입해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면서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사의와 관련해 지시를 내리거나 한 건 전혀 없다”며 “당 상황에 대해 보고는 받을 수 있지만 일일이 지침을 주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