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는 게 돈 버는 것” 가계빚 7개월 연속 마이너스

입력 2022-08-02 00:02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상품 금리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권현구 기자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달에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금리 인상에 따라 갚을 수 있는 빚을 갚는 사람은 늘고 새로 빚을 내는 사람은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97조7638억원으로 지난 6월 말(699조6521억원) 대비 1조8883억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5월과 6월에도 각각 1조3302억원과 1조4904억원 감소했다.

7월에는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잔액이 1조2129억원(130조4789억원→129조4660억원) 대폭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감소 폭 4330억원(506조7714억원→506조3384억원)의 3배에 육박했다.


이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한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5.28%였던 일반 신용대출 가중 평균 금리는 지난 6월 6%까지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6% 선에 도달한 것은 2013년 8월(6.13%) 이후 8년 10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폭(0.19%포인트)의 3배 이상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보다 만기가 짧아 원리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가계대출 가운데 증가한 건 전세대출이 유일하다. 지난달 잔액은 133조1627억원으로 지난 6월(132조9061억원) 대비 2566억원 증가했다. 다만 최근 금리 급등 여파로 전세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월세보다 커지는 역전 현상이 일부 나타났다. 전세대출 잔액 증가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부터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3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전반적인 가계대출 감소세는 하반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DSR 3단계는 차주별 대출 원리금 상환 총액이 연 소득의 40%(비은행권 대출은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적용 대상이 총대출액 2억원 초과 차주에서 1억원 초과로 지난달 확대됐다. 전체 차주의 29.3%, 전체 대출의 77.2%가 사정권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올라 돈을 빌리는 조건도 나빠졌고, 부동산·주식·암호화폐 등 자산 시장도 냉각돼 빌릴 유인도 떨어졌으니 가계대출 잔액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 “한국 경제 뇌관 중 하나인 가계대출 위험이 점차 약해지고 있어서 일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