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 속에 무역 적자라는 암초에 부딛혔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9.4%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607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경기 둔화 와중에도 석유제품·자동차·이차전지 수출액이 역대 1위를, 반도체는 역대 7월 중 1위를 각각 기록하는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맘껏 발휘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찬물을 끼얹었다. 수입이 21.8% 늘어난 653억7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넉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7월 한 달 적자(46억7000만 달러)가 6월(25억7000만 달러)의 배 가까이로 늘어 1~7월 적자 누적액이 1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무역 적자 누적액은 66년 만의 최고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연간 적자 133억 달러를 벌써 훌쩍 뛰어넘은 것인데,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수입 급증은 대부분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원재료를 가공해 상품을 만드는 우리의 산업구조상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무역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환율을 자극하고 대외신인도를 악화시키는 데 우리 경제가 이런 악순환 고리에 빠져드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수출가격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출 전선마저 불길한 조짐이 보인다. 미국 경제가 두 달 연속 역성장한 가운데 30년 만에 대중국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보인 것은 경기 침체 우려를 더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칩4 동맹’가입을 요구받고, 중국으로부터는 ‘사드 3불’ 유지를 강요받는 등 경제안보 전쟁 틈새에 끼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고유가 등 인플레는 어쩔 수 없다 해도 국가적인 노력에 따라 외교적 성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치밀한 수출경쟁력 강화방안 마련과 함께 범정부·정치권·재계 차원의 총체적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