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광풍에 돈 잃고 빚 지고’… 연극에 담은 2030 자화상

입력 2022-08-02 04:04
연출가 전윤환이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자연빵’ 공연을 연습하다 국민일보 인터뷰에 응했다. ‘자연빵’은 4~7일 세종문화회관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른다. 권현구 기자

극단 앤드씨어터의 연출가 전윤환(36)이 대본을 쓰고 출연까지 한 1인극 ‘자연빵’이 지난해 6월 서울 신촌극장 무대에 올랐다. 대학로에서 눈에 띄던 젊은 창작자였지만, 강화도로 귀농한 전윤환이 오랜만에 서울에서 선보인 공연인 데다 가상화폐(코인) 투자기를 담은 내용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 5월 11일부터 6월 5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 전윤환의 신작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관객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오늘날 기후위기가 자본주의의 욕망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극중 배우 11명이 작가 겸 연출가 ‘전윤환’이자 배우 본인인 ‘나’로 존재한다. 전통적 기승전결이 아니라 이야기가 파편처럼 흩어진 구조라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난달 27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전윤환을 만났다. 그는 4~7일 세종문화회관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의 일환으로 무대에 오르는 ‘자연빵’을 연습 중이었다.

국립극단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신작을 제안받은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그는 “보통 사람이 기후위기를 잘 감각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 이야기와 함께 전달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면서 “제 경험을 중심으로 무대에 풀어내는 다큐멘터리 연극에선 관객이 공감하면 극 중의 고민이 우리 모두의 것이라고 느끼며 몰입하게 되지만, 공감하지 못하면 ‘왜 자신의 사변적 이야기나 투덜거림으로 시간을 채우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윤환은 대학교 3학년 때인 2008년 앤드씨어터를 결성한 뒤 한국사회의 날 선 화두를 날것 가득한 연극으로 풀어내 주목받았다. 2014년 대학로의 20대 연극인이 뭉쳐서 만든 ‘이십할 페스티벌’도 그의 발의로 시작됐다. 대학로 연출가의 산실인 ‘혜화동 1번지 6기’(2015~2018년) 동인으로 활동한 그는 2015년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창조경제-공공극장 편’(2017년) ‘전윤환의 전윤환: 자의식 과잉’(2018년) 등이 대표적이다.

전윤환은 서울에서 예술가로 주목받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에 지쳐 2018년 말 귀농을 택했다. 연극을 그만둔 것은 아니어서 인천 부평아트센터 상주단체로 꾸준히 공연을 올리며 강화도 자택을 예술가 레지던스로 운영하거나 지역 청년들과 워크숍을 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이번에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오르는 ‘자연빵’은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에 비해 관객에게 쉽게 다가서는 작품이다. 전윤환이 연극으로 번 돈을 코인에 투자했다가 날리는 이야기는 뒤늦게 코인 열풍에 올라탔다가 재산을 잃고 빚을 진 20~30대의 모습 그 자체다. 지난해 초연 때도 자전적 다큐멘터리 연극의 장점인 진정성과 사회와 연결성을 잘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자연빵’은 다음 달 서울아트마켓의 ‘팜스 초이스’에도 선정됐다.

전윤환은 “‘자연빵’ 재연을 앞두고 작품 수정을 고민했지만, 작년에 만든 작품이 올해 다시 올라가면 또 다른 해석의 층이 생길 것 같아 안 하기로 했다. 관객은 지난해보다는 좀 더 거리를 두고 젊은 세대의 코인 열풍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