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2명뿐인 연구소 최대 25% 稅 공제 해준다는데…

입력 2022-08-01 04:07

정부가 서비스 산업 진흥을 위해 시행 중인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제도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유흥주점업 등 6개 업종을 제외한 전 서비스 업종이 대상인데, 공제받기는 쉽지만 정책적 효과는 뚜렷하지 않아서다. 정부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일부 약삭빠른 기업의 ‘세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업들은 서비스업 R&D 지원을 통해 인력개발비에서 최대 25%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0억원의 인력개발비를 지출했을 때 25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선 부설 연구소 등 정부에 신고된 연구조직이 있어야 하고 연구전담인력이 최소 2명 이상 필요하다. 연구전담인력은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이어야 한다는 단서도 달린다. R&D에 필요한 시설·장비가 다른 활동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조건도 있다.

여러 조건은 까다로워 보이지만 뜯어보면 충족시키기 어렵지 않다. 일단 연구 조직 시설 기준이 허술하다. 사무실 내 30㎡ 이하의 연구 공간을 칸막이로 분리하기만 해도 ‘부설 연구소’로 인정된다. 연구전담인력 자격 요건은 연구소가 정한다. 협소한 공간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연구전담인력 2명을 고용해 ‘K-POP 안무 연구소’라 신고만 해도 세제지원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다른 사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연구전담인력 2명을 고용해 조리실을 마련하고 요식업 연구소로 신고하면 요리 신메뉴 개발도 세액 공제 대상이 된다. 정부 관계자는 “조건을 충족시키면 R&D 세액 공제를 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이런 기업들이 공제받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비스업 R&D 지원을 위한 세액 공제 제도가 산업 진흥과 무관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세금을 차감해 주는 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왔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서비스 R&D 세액 공제로 몇 개 기업이 어느 정도의 혜택을 받았는지 통계조차 알 수 없다. 세액 공제 신청 과정에서 R&D 지출 금액과 공제 금액을 신고할 뿐 서비스 R&D인지 일반 R&D인지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법인의 신고 업종으로 추정해볼 순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0년 7500개의 서비스업 기업이 3144억200만원의 연구인력개발비 세액 공제를 받았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오히려 엄격하지 않은 지원 요건이 서비스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 서비스업 R&D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