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개 머리 걸고 파네”… 이준석, 비대위 주도 친윤에 반격

입력 2022-08-01 04:05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이준석(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31일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당 개편을 시도하는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자들의 우선순위는 물가안정도 아니고, 제도개혁도 아니고, 정치혁신도 아니다.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다 보는데, my precious(골룸의 대사로 ‘내 보물’이란 뜻)나 계속 외치고 다녀라”고 일갈했다. 나즈굴과 골룸은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의 힘에 이끌려 타락하는 캐릭터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음에도 친윤계 의원 중심으로 당 개편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을 ‘당권에 눈이 먼 인사들의 권력 다툼’으로 표현하며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앞서 여의도 정치권을 향해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를 걸고 뒤에선 개고기를 판다)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이는 자신을 ‘내부 총질 당대표’라고 표현한 윤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속하는 이철규 의원이 “양두구육이라니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우러러보며 큰 소리로 웃는다) 할 일이다. 지구를 떠나겠다는 사람이 아직도 혹세무민하면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이 대표를 비난했다.

이 대표는 30일에는 대구 칠성시장의 한 식당에서 ‘간장 불고기’ 점심식사를 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 ‘간장’은 이 대표가 ‘간 보는’ 안철수 의원과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31일 대구·경북(TK) 지역을 돌며 당원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대구에 머물며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거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하는 것은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홍 시장은 이 대표와 만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 내분에 휩쓸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대표 체제를 이런 식으로 갈아치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친윤 의원들이 계속 사고를 치면 결국 본인들 잘못을 스스로 드러낼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는 일단 외부에서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