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끼리 최대 15개월 차이… “사교육·경쟁 더 치열해질 것”

입력 2022-08-01 04:09
연합뉴스

정부가 이르면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7세(만 5세)로 1년 낮추는 내용의 학제개편안을 내놓은 뒤 후폭풍이 거세다. 유아교육 종사자와 교원단체, 학부모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 터라 물러서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정부는 학제개편안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출발선의 평등’을 꼽는다. 유치원·어린이집 3년(만 3~5세)을 2년(만 3~4세)으로 줄여 사교육 노출 정도에 따라 발생하는 교육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선 사교육을 통해 영어·수학 등의 수준이 상당한 학생과 ‘연필 잡는 법’부터 배워야 하는 학생이 공존한다. 교사들은 수업 수준을 어디에 둘지 난감할 때가 많다고 한다. 수준을 낮추면 조기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높이면 주로 공교육에 의존하는 학생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공교육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여건이어서 학년·학교급이 올라갈수록 교육 격차는 심화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기 취학에 따른 불안감, 사립초교 인기 상승 등에 따라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이 압축적으로 이뤄지거나 저연령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입학 시기가 앞당겨지는 과도기 연령대 학생들의 경우 한 교실에서 최대 15개월 차이(2025년부터 4년에 걸쳐 3개월씩 취학 연령을 앞당길 경우)가 날 수 있게 된다.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입학유예’ 제도를 활용해 취학을 미루면 학교 현장 혼란만 가중되고, 정책 목표 달성은 멀어질 수 있다.


정부는 또 고교를 일찍 졸업해 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도록 유도하면 저출산·고령화 여파에 따른 경제활동인구 및 산업인력의 급감 충격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빨라진 사회생활 영향으로 결혼·출산 연령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은 직장을 구해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가 다른 나라보다 늦은 편이다. 2006년 기준 25세(대졸자 26.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2.9세보다 2년 정도 차이 난다.

하지만 ‘탁상공론’이란 지적이 많다. 사회 진출 시기가 상대적으로 늦는 이유는 졸업 시점보다 양질의 청년 일자리 부족 탓이 크다는 얘기다. 실제 대학생들은 ‘취업 재수’를 하지 않기 위해 대학 졸업을 1~2년 미루고 취업 사교육을 받거나 각종 스펙을 쌓는 데 시간을 쓴다.

과도기 연령대 학생들에게 돌아갈 피해 문제가 최대 난관이 될 수 있다. 학생 수 감소로 교사와 학교 공간 부족 문제는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대입 및 취업에서의 경쟁은 상대적으로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학부모 설득은 미지수다. 여론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 통과 역시 어렵다. 학제개편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