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임명할 첫 대법관 후보로 선정된 오석준 제주지방법원장은 법원 내에서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법관이다. 벌써부터 내년 9월 퇴임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후임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기도 파주 출신인 오 법원장은 서울 광성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과 2008년 두 차례 사법부의 ‘입’ 역할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맡았고,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해 제주지방법원장으로 부임했다.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대법원은 28일 “오 법원장은 32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 법리에 해박하고 재판 실무에 능통하다”며 “대법원 공보관 업무를 수행해 국민과의 소통 능력이 뛰어날 뿐아니라 법원 행정에도 밝다”고 설명했다.
주요 판결로는 2010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시절 선고한 ‘친일 판사’ 사건이 꼽힌다. 당시 오 법원장은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가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고(故) 김세완 판사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조진태의 후손이 제기한 친일재산환수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오 법원장은 또 총선 득표가 2% 미만인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도록 한 정당법 조항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오 법원장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헌법재판소로 간 해당 조항이 결국 위헌 결정으로 사라지면서 정당 설립의 자유 보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때인 2020년에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파기환송심을 심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과는 대학 시절부터 사법고시를 함께 준비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오 법원장이 국회 인준 절차를 거쳐 대법관에 임명되면 바로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에 합류하는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번 대법관 인선을 시작으로 지난 정부를 거치며 진보적 색채가 짙어졌다는 평가가 많았던 사법부 지형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 임기 내에 현재의 대법관 14명 가운데 13명이 교체될 예정이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대법관 상당수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이나 변호사단체 출신이었던 반면 이번 정부에선 중도·보수 성향의 대법관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