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7일(현지시간)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은 안도 랠리를 펼쳤다.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한·미 간 금리 역전은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여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급격한 긴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커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74포인트(0.82%) 오른 2435.27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2430선 회복은 지난달 17일 이후 29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지수도 0.33% 상승한 798.32로 장을 마쳤다.
간밤 뉴욕 증시에도 훈풍이 불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02.56포인트(2.62%) 급등한 4023.6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69.85포인트(4.06%) 폭등한 1만2032.42로 장을 마감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국내외 증시가 호조를 보인 건 연준의 태도에서 투자자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언젠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밝히며 시장을 달랬다. 국내에서도 한·미 금리 역전 이슈가 이미 시장에 반영된 탓에 외국인 자본 유출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063억원을 순매수해 지수를 끌어올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역전 이슈는 이전부터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이라며 “이 일로 자금이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증시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7.2원 내린 1296.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내려온 건 15거래일 만에 처음이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어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경제매체 CNBC의 전문가 3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물가를 낮추려는 연준의 노력이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는 응답이 63%였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 대상국의 경기 둔화로 수출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며 “빠른 금리 인상이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