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대책 일환으로 도입한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이 물가 안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국민 10명 중 4명은 할인 쿠폰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실정이다. 소비자 체감을 높일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은 1인 당 최대 1만원 한도 내에서 제품 가격의 20~30%를 할인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급하는 쿠폰이다.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지난달 도입됐다. 지난달에는 80억원, 이번 달에는 70억원이 투입됐다. 정부는 매달 가격 인상 폭을 보며 적용 품목을 바꾸는데 이번 달의 경우 돼지고기, 계란, 감자, 배추 등 품목이 지원 대상이다. 지난달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8.6% 올랐고 무(40.0%), 감자(37.8%) 등 채소 가격도 급등했다.
그러나 소비자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8.1%는 농·축산물 할인 쿠폰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수산물 할인 쿠폰의 경우 응답자 중 44.5%가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공식품에는 할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점도 소비자 체감을 줄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은 계란, 감자처럼 개별 품목에 대해 할인을 받을 수 있게끔 설계됐다. 최근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진 밀키트나 가공식품은 할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물가 상승 억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대표적 물가 지표인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할인 쿠폰 효과는 반영되지 않는다. 통계청 조사 방식 때문이다. 통계청은 누구나,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을 기준으로 물가를 측정한다. 그런데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은 전 국민 중 600만명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끔 설계됐다. ‘누구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수 편입이 안 된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격할인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현재와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는 더 다양한 소비 형태를 포괄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유통업체도 함께 참여해 정책의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