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오래전 썼을 법한 ‘노예’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다. 국제 기독 NGO인 국제정의선교회(IJM) 크리스타 헤이든 샤프(사진) 아시아 태평양 지역대표도 ‘노예’의 낯섦을 인정했다. IJM은 인신매매와 성매매, 폭력에 시달리며 노예 같은 삶을 사는 극빈층을 돕고 있다.
30일 유엔이 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을 앞두고 샤프 대표에게 현대 노예에 대한 정의와 한국교회가 해야 할 역할을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진행했다. 샤프 대표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한국IJM이 설립된 이후 처음 방한했다.
샤프 대표는 2017년 세계노동기구(ILO)의 보고서를 인용해 “노예로 살고 있는 숫자는 4030만명이다. 한국 인구의 약 80%”라며 노예 상황부터 설명했다. 여기서 노예란 강제 노동, 인신매매, 성매매 등의 피해에 노출된 사람을 말한다.
샤프 대표는 “아이들이 인도의 벽돌공장, 태국의 고기잡이배에 팔려가 돈도 받지 못한 채 15시간 이상 강제 노동한다”며 “글도 못 읽어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브로커 말만 듣고 따라갔다가 팔려간다”고 전했다. 이어 “과도한 노역도 문제이지만 브로커들은 취직시키는 데 돈을 썼다며 이들의 월급을 가져간다. 평생 노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며 “더 큰 문제는 노예 부모의 자녀들도 교육을 받지 못해 노예 생활을 물려받는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실상은 IJM이 노예로 규정된 이들의 빈곤과 처우를 개선하는 데서 나아가 국가 시스템을 바꾸려는 이유다. 주요 업무도 구출, 재활 지원과 함께 법적 처벌, 사법 체계 강화다.
샤프 대표는 “가해자들은 자신을 처벌하지 않는 국가 시스템을 믿고 불법을 저지른다”며 “IJM은 노예 문제가 심각한 곳에 현장사무소를 세워 10년, 20년에 걸쳐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후 지역사회가 노예 문제를 근절하도록 형사 사법 체계를 보강하고 법 집행력을 강화하도록 돕는다. 덕분에 IJM을 통해 지난해 노예 소유자로 의심되는 혐의자와 가해자 등 1816명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IJM은 이 같은 활동에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가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샤프 대표가 방한 기간 한국교회 목회자와 기독교인 변호사를 만난 이유다.
샤프 대표는 “한국은 도움을 받은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고 가장 큰 역할을 한 게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이라며 “지금도 개발도상국에 가면 이름도 빛도 없이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만난다. 노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교회가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