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성장이 더딘 아이라고 생각했다. 둘째 아이도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말을 하기 시작했으니 막내 역시 비슷할 거라고 넘겨짚었다. 하지만 아이는 36개월이 돼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즈음 어린이집을 처음 보냈는데 등원 첫날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연락이 왔다.
“의사소통이 전혀 안 돼요. 통제할 수 없는 아이예요. 어린이집에선 아이를 봐주기 힘들 거 같아요.”
그렇게 엄마는 아이의 상태가 심각함을 알게 됐고, 지난해 2월 언어장애 판정을 받았다. 언어치료 덕분에 지금은 얼마간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됐지만 두 단어 이상은 말하기 힘들다. 예컨대 “밥 주세요”처럼 ‘주어+서술어’ 형태의 문장만 간신히 조합할 수 있는 상태다. 아이의 이름은 박예린(6)이며, 아이의 엄마는 김상희(51)씨다. 김씨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자세히 들려줬는데 간추리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남편과 갈라섰다. 이혼 사유는 남편의 외도였다. 법원은 남편에게 매달 양육비 120만원을 지원하라고 판결했으나 남편은 올해 들어 연락을 끊어버렸다. 김씨네 가족은 정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에 김씨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돈을 보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예린이에겐 언니가 2명 있는데, 이들 역시 건강 상태가 나쁘다. 큰언니(17)는 당뇨를 앓고 있고 작은언니(12)는 심한 충치로 고생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갔다가 치료비가 400만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치료를 멈춰야 했다. 김씨 역시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당뇨와 갑상샘항진증, 허리협착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 아빠와 연락이 두절됐으나 원망한 적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원망할 겨를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씨에게 그나마 힘이 돼주는 건 신앙의 힘이다. 인천의 한 교회에 출석 중인 김씨는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하나님의 뜻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했다. 그는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삶을 포기했을 듯하다”며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하나님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전 남편이 교회를 다니지 않았기에 저 역시도 한동안 하나님을 충실히 섬기지 못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알아요. 하나님이 언제나 우리 가족을 꽉 붙잡고 있다는 것을.”
김씨의 목소리는 전화통화를 하는 내내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예린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지 묻자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또래 아이들처럼 성장해준다면, 하나님 품 안에서 바르게 자라준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며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6월 24일~7월 26일/ 단위: 원)
△지명자 100만 △황의수 40만 △구자숙 전미경 30만 △김전곤 김병윤(하람산업) 20만 △박점례 김무열 조동환 한화룡 10만 △정연승 한승우 정인경 조점순 김덕수 연용제 엄달성 나종언 권성만 황의선 김덕수 조점순 5만 △문애순 주경애 조병열 김광미 임순자 3만 △김광순 2만 △김명래 성승배 여승모 소은숙 하나 생명살리기 한영희 김애선 1만
◇일시후원 :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 : 1600-0966 밀알복지재단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