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30년 빙하 탐험 학자의 경고

입력 2022-07-28 18:02 수정 2022-07-28 18:05

기후위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게 빙하가 녹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빙하는 비현실적인 물체처럼 보인다. 빙하를 직접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빙하여 안녕’은 거대한 빙하 앞으로 독자를 데려가 그 내부와 하부를 보여준다. 또 빙하와 기후가 어떻게 교섭하는지, 빙하가 녹는 것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빙하의 과학을 다룬 책이지만 여성 빙하학자의 열정적인 탐험기 형식을 취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빙하와 빙상의 표면보다는 그 아래 어둡고 신비로운 저면이 더 나의 흥미를 끌었다. 남극 대륙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곳은 3000만년 동안 빛에 굶주린 세상, 아무도 접근하지 못한 세상이었으니까.”

저자 제마 워덤(영국 브리스톨대 빙하학과 교수)은 30년 가까이 알프스산맥에서부터 북극의 스발바르 제도, 남국 대륙, 히말리야산맥, 파타고니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빙하를 탐험해 왔다. 빙하 속에 존재하는 생물을 찾는다거나 빙상 아래 저장된 물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을 측정하는 등의 일이다.

빙하 하부와 그 아래 암석 사이에 커다란 호수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빙하 밑에 미생물이 산다는 놀라운 발견이 이뤄졌다. “빙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춥고 황량한 불모지에서 점차 인근의 모든 해양 생태계에 영양물을 제공하는 식품 공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빙하 밑에서 많은 양의 메탄을 발견했다. 저자는 서남극 빙상 밑에 저장된 메탄이 수십억 톤에 이른다는 추정치를 얻어냈다. 빙하가 사라지면 이 얼음 같은 고체 메탄이 대기 속으로 나올 수 있고, 그것은 기후 온난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남극 서해안 아문센해 인근의 ‘파인 아일랜드 빙하’는 영국 면적의 3분의 2가 조금 넘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줄어드는 빙하로 1년에 1m 이상 얇아지고 있다. 그는 “아문센해 빙하들의 후퇴는 서남극과 우리 해수면의 상승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내가 배운 한 가지는 우리 인간이 빙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라며 “그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