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국가스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수장 교체를 앞두고 산업부 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주요 공공기관장 자리는 외부에 내주고 내부적으로는 고위 간부를 상대로 명예퇴직을 압박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27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 사장은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이 2파전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스공사 사장은 최연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한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직전 수장이 모두 산업부 출신이었지만 이번에는 산업부 인사들이 배제되는 분위기다. 한수원은 현 정재훈 사장 이전에도 김균섭 조석 이관섭 등 전임이 줄줄이 산업부 관료 출신이었다. 가스공사도 현 채희봉 사장 전임인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산업부 출신이었다.
윤석열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기조를 감안할 때 에너지 공기업 초기 수장 자리는 외부 인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부 내부에서는 “산업부 출신들은 ‘탈원전 적폐’로 찍혀 에너지 공기업 인사에서 처음부터 배제되는 분위기”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부처 내부에서는 ‘고질병’인 인사 적체로 직원들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통계청장·조달청장·관세청장으로 고위 간부들을 보낸 기획재정부와 대비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여기에 ‘고참(행시31회) 차관’인 박일준 2차관까지 오면서 인사 적체 해결은 더 요원해졌다는 것이다.
최근 산업부는 정년이 많이 남지 않은 고위 공무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공무원은 “고위급 인사들을 산하기관 등 외부로 나갈 통로를 알아봐 주지는 못할망정 대책 없이 밖으로만 떠밀고 있다”며 “산하 기관장들은 ‘뒷배’가 있는 외부 인사에 줄줄이 뺏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이종선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