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한·미 용사들이여! 평화의 꽃으로 피소서”

입력 2022-07-28 03:01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에 설치된 ‘추모의 벽’을 찾은 한 가족이 26일(현지시간) 벽에 새겨진 전사자 명단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 가슴 사무치는 꽃잎의 이름들이여/ 주님, 추모의 벽에 새겨진 자유와 평화의 수호천사들의 이름이/ 검은 폭풍이 몰아치는 휴전선 위에/ 사랑과 평화의 별빛으로 떠오르게 하소서/그 어떤 거친 바람에도 시들지 않을/ 자유의 꽃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6·25전쟁 참전용사 추모시를 낭독했다.

소 목사를 포함해 새에덴교회 성도 30명으로 구성된 방미단은 이날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이하 추모의 벽)’ 준공식 식전 행사에서 추모시를 들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추모의 벽에는 미국 전사자 3만6634명과 한국 카투사 전사자 7174명의 이름이 함께 각인됐다. 성도들은 한국인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미국 내 첫 번째 기념물이라는 데 더 감격했다.

전사자들의 이름은 군별 계급별 알파벳 순으로 새겨졌다. 추모의 벽은 화강암 소재로 높이 1m, 둘레 130m의 비스듬한 모양이다. 새에덴교회는 추모의 벽 후원자 자격으로 초대받았다. 후원은 새에덴교회뿐만 아니라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등 여러 한국교회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식에는 한·미 국방장관 등 양국을 대표하는 이들을 포함해 3000여명이 참석했다.

26일 새에덴교회가 주최한 초청행사에 참여한 참전용사들 모습. 새에덴교회 제공

새에덴교회는 전날 저녁 현지 호텔에서 한국전참전용사추모재단(KWVMF)과 공동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와 가족 등 400여명을 초청해 보은행사도 열었다. 연회 시작 전 애국가를 부르는 시간이 있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재미 한인 참전용사들은 크지 않지만 씩씩한 목소리로 애국가를 제창했다.

이를 지켜본 새에덴교회 청년 원종구씨는 “미국으로 이민 간 한인 참전용사들은 이미 연로하셔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애국가를 부르는 그 순간에 가장 큰 감동을 느꼈다”며 “그분들의 희생과 노고가 있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위협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애국가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고 했다.

소강석 목사가 대회사를 전하고 있다. 새에덴교회 제공

보은행사에서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참석해 기념사 했다. 대회장 소강석 목사가 환영사, KWVMF 이사장 존 틸렐리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환영사를 전했다. 박 처장은 틸렐리 장군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새에덴교회 어린이 이예준군과 황은하양은 감사 인사를, 임민영·이강민 부부는 대금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새에덴교회는 참석자 체류 비용 일체를 모두 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미단은 같은 날 낮 추모의 벽 건립을 제안했던 윌리엄 웨버 대령과 하비 소톰스 소령 묘소에 헌화했다. 웨버 대령은 6·25전쟁 당시 강원도 원주에서 북한군과 싸우다 포탄에 맞아 오른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참전용사다. 소 목사는 “우리는 웨버 대령의 이야기를 듣고 추모의 벽 후원을 추진했다”며 “소톰스 소령은 부하들을 살리고 혼자 적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했던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한국교회는 한·미 우호 관계 증진을 위해 민간 차원의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새에덴교회는 6·25전쟁 72주년을 기념해 앞서 지난달 19일 300여명의 국군 참전용사와 에티오피아 한국전 참전용사의 후손을 초청해 보은예배와 기도회를 가졌다. 16년째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진행한 새에덴교회는 그동안 9개국 연인원 5000여명의 참전용사와 가족을 초청했다.

새에덴교회 관계자는 “초청행사는 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되새기고 미국과 유엔 참전 국가들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한다”고 했다. 국내 초청행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아홉길사랑교회(김봉준 목사), 대전 새로남교회(오정호 목사), 경북 포항 양포교회(김진동 목사) 등도 이어가고 있다. 한국교회는 올해 한미수교 140주년을 맞아 이번 행사가 양국 간 우호 관계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